“연말 새 대통령당선자가 나오고 인수위가 꾸려지면 정책(재정경제부)과 예산(기획예산처) 통합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기획처의 인력증원 이면에는 두 부처의 대등한 통합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을 것이다.(재경부 고위관계자)” “(기획처가) 공룡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기획처 고위관계자)” 경제를 총괄하는 재경부와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처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대선 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는 정부 부처 조정을 놓고 보이지 않는 기(氣)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정부 내에서도 정책 집행과 예산 수립 기능이 분리돼 있는 데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 부처는 과거에도 통합과 분리를 반복해왔다. 지난 94년 이전에는 경제기획원과 재무부가 분리된 채 한국경제를 이끌었다. 당시 재무부는 이재국ㆍ세제ㆍ국고, 경제기획원은 경제정책ㆍ예산을 담당했다. 인력규모도 재무부 726명, 기획원 847명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94년 기획원과 재무부가 재정경제원으로 통합되면서 전체 인력은 970명으로 줄어들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정부 부처조정을 하면서 재정경제원이 기획처와 재경부로 분리된 현재의 모습을 갖췄는데 재경부의 기능이 훨씬 큰 구조가 됐다. 기획처는 예산과 혁신을 담당하고 재경부는 금융ㆍ세제ㆍ국고ㆍ경제정책을 총괄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력도 재경부가 많았다. 분리 첫해인 99년에는 예산처 정원이 248명인 반면 재경부는 671명으로 2.7배 많았다. 하지만 올 1월 말 현재 인력을 보면 기획처 363명, 재경부 786명으로 차이가 2.1배로 줄었다. 기획처 인력은 99년 248명에서 올 1월 363명으로 46.3% 늘어난 반면 재경부는 이 기간 동안 17.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획처는 참여정부 이후 ‘비전 2030’ 등 국가 어젠다 등을 주도하고 공기업 관리 감독 등을 통해 기능확대를 꾀해온 것이다. 정권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두 부처 사이의 신경전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획처 내부에서도) 만약 통합이 된다면 재경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획처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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