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노트까지 속도를 줄여라.' 고유가 시대에 해운업계에 떨어진 특명이다. 최근 해운업계는 선박운항에도 자동차처럼 '경제속도' 개념을 확대ㆍ도입하고 있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오는 2월 중순부터 유럽 4개 노선에 대한 선박감속에 나선다. 당초 22~24노트(시속 40~44㎞)에서 16노트(30㎞)까지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이다. 한진의 한 관계자는 "북유럽 3개, 지중해 1개 등 유럽 4개 노선에 대해 운항속도를 16~17노트선까지 감속할 계획"이라며 "대신 총 8척의 운항선박을 9척으로 늘려 기항 스케줄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지난 15일부터 미주노선 운항 속도도 이처럼 줄였다. 현대상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유럽항로 등 일부 노선의 대형선박을 중심으로 운항 속도를 낮췄다. 미주노선에 대해서도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파나마운하를 통과, 뉴욕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56일에서 63일로 늘어난다. 그런데도 이런 방안을 계속 확대하는 이유는 뭘까. 답은 경제속도에 있다. 16노트선의 운항 속도에서 연료비는 최대 15% 절감된다는 게 선사들의 분석이다. 물론 더 줄일 수도 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기항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서는 선박이 더 투입돼야 한다. 즉 총 60일 안팎의 운항거리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연료비 절감과 스케줄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최적의 속도는 16노트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케줄 외에도 지나친 저속운항은 엔진에 무리를 주는 요인이므로 적절한 경제속도 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최근 국제적인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 최대인 머스크라인이 아시아~유럽 노선에서 운항속도를 낮추는 등 장거리 운항 노선에서 '16노트 운항법'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해운업계는 이 같은 경제속도 개념을 상시 도입할 방침이다. 한진해운의 한 관계자는 "연료비용 증가 탓에 나온 방안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유가와 관계 없이 경제적 운항 속도를 유지할 방침"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개념으로 연료 절감형 운항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측도 "연료비 절감뿐 아니라 유휴 선박을 활용한 전략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감속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선박용 유가는 지난해 1월 톤당 261.76달러(싱가포르 벙커C유 기준)에서 이달 중순 485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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