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가 일본-대만-미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연합에 포위당하기 시작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최대 D램 제조업체인 마이크론과 대만의 난야는 지난 3일 50나노 이하 D램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고 공동기술 개발, 새로운 합작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앞으로 기술공유는 물론 신규 합작사(조인트벤처) 설립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난야는 그동안 독일 키몬다와 협력관계를 맺고 D램을 생산해왔으나 키몬다의 ‘트렌치’ 기술이 가진 한계를 인식해 기술선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의 또 다른 반도체 업체인 프로모스 역시 기존 하이닉스와의 제휴관계를 정리 또는 약화시키고 일본 엘피다와 제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장악하고 있는 LCD 부문은 일본 소니와 샤프 연합이 등장해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해 올인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론과 난야의 동맹에 대해 “단기적으로 D램 공급 감소를 초래할 수 있어 반도체 시황에는 긍정적”이라고 평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마이크론의 기술력에 난야의 자금ㆍ생산능력이 합해져 D램 업계의 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프로모스가 2위 업체인 하이닉스 대신 엘피다 등 3위 이하 업체로 제휴선을 변경, 승부수를 띄울 경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치킨게임(상대방이 물러날 때까지 정면충돌을 감수하는 게임)이 새로운 양상으로 바뀌면서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삼성전자는 특검 수사라는 복병을 만나 올해 사업계획은 물론 투자ㆍ인사 등 전략적 판단도 하지 못한 채 상황 변화만 지켜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삼성전자ㆍ하이닉스가 탁월한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개별 경쟁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선두권 견제 형태가 될 가능성이 커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및 LCD 시장을 둘러싼 일본-대만-미국의 전략적 제휴상황에 대해 “삼성그룹의 불법행위가 있다면 수사를 통해 철저히 규명해야겠지만 특검 수사로 삼성전자의 경영판단이 마비돼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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