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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공도동망의 섬유산업

산업부 고진갑 기자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모두들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덤핑수출도 자제하자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섬유수출현장에서는 이같은 외침이 공허할 뿐이다.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어 수출액 2위인 섬유산업의 전도가 위태롭다. 수출가격을 턱없이 싸게 매겨 관련업체들이 연쇄적인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같은 단가인하 경쟁은 부도를 맞거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K, H 등 대기업들이 앞장서며 중소업체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어려울때 일수록 서로 힘을 합쳐 난국을 타개해야 하는데도 남이야 어찌됐던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더욱 분통터지는 일은 우리의 어려운 사정을 외국업체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들 기업의 장난으로 섬유사(絲)와 직물류의 수출단가는 지난 9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5%나 폭락했다. 전체 섬유류 수출단가가 15.8% 떨어진 것에 비하면 2배나 높은 것이다. 해당업체들도 할 말은 많다. 출혈수출이 국가적으로 해(害)가 되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기업생존을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말에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살아남기」가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고 있는 지금,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흑백논리로 매도하는 것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라며 볼멘소리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같은 출혈경쟁이 한국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공멸을 초래하는 점이다. 당장은 연명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존」자체를 더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기업들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고치겠다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것을 알면 곧바로 고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섬유업계 모두를 고통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밀어내기 출혈수출에 대해 정부나 관련단체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그 흔한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한번 떨어진 가격과 추락한 한국산 이미지를 다시 올리기란 지금보다 몇십배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섬유산업 르네상스를 위해 모처럼 정부와 업계가 발벗고 나선 지금 일부 기업들의 잘못된 선택이 국가는 물론 관련산업 발전에 찬 물을 끼얹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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