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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포트폴리오/4월호] 가치투자 이렇게 -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전무

저평가 종목 사서 제 값에 팔아라<br>대형 우량주라고 가치주는 아니다<br>프랜차이즈 밸류 종목을 주목하라<br>한번 가치주 영원한 가치주 아니다


가치투자란 말. 이제는 너무 흔하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다 가치투자자임을 자처한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치투자를 지향하지 않는 곳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넘쳐나는 가치투자의 결과는 과연 모두 다 성공적일까. 용어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말부터 가치투자를 고수해 온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는 “이제 가치투자란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가치투자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투자자들도 많다”면서 “이 같은 오해를 바로잡아야 성공적인 투자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치투자 전도사’, ‘한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이 전무로부터 진정한 가치투자는 무엇이며,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가치투자의 진실에 대해 들어봤다. ‘대형 우량주 = 가치주?’ No !!! ”대형 우량주라고 불리는 종목들이 가치주일까요? 유가에 흔들리고, 환율에 춤을 추고, 경기변동에 자유롭지 못한 기업이라면 가치주라고 할 수 없습니다. 흔히 ‘블루칩, 대형 우량주 = 가치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의 업종 대표주 가운데 이 전무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겨있는 종목은 많지 않다. 그는 “환율이나 원재료 가격이 안정적일 땐 어마어마한 규모의 이익을 내다가도 이듬해 환율이 급락해 이익이 반토막 났다면 가치주라고 부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환율이 오르고 원재료가 올라서 물건 값을 올리더라도 소비자가 어쩔 수 없이 살 수 밖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야말로 진정한 가치주라는 얘기다. 이 전무가 사랑(?)하는 가치주 중 하나인 농심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으로 밀가루 등원재료 가격이 상승하자 농심은 지난 3월 초 신라면의 가격을 600원에서 65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가격을 올렸다고 해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신라면을 쉽게 다른 제품으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 전무의 생각이다. 스스로를 신라면 마니아라고 자처하는 그는 “신라면은 국물이 있는 음식으로 1,000원이 넘지 않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 정도면 가격의 정당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투자할 만 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밸류를 찾아라 농심을 가치주로 분류하는 이유에 대해 이 전무는 ‘프랜차이즈 밸류(franchise value)’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의 프랜차이즈란 흔히 말하는 가맹점 체인이 아니라 ‘독점적 판매권’ 또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뜻한다. 즉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으며 가격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프랜차이즈 밸류를 지닌 기업이라는 것. 가치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워런 버핏 등 현대적 가치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한 투자요소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프랜차이즈 밸류라고 그는 말했다. 이 전무는 “워런 버핏은 소비자 기호와 규모의 경제가 결합한 형태의 강력한 프랜차이즈를 지닌 코카콜라와 질레트를 평생 보유할 기업이라고 꼽았다”면서 “이 개념을 한국에 적용해 볼 때 농심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농심이 생산하는 신라면의 경우 독특한 맛으로 오랜 세월 충실한 고객을 확보했으며,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만들기 어려우면서도 세계 시장에 나가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보고 있다. 이처럼 고객의 기호와 습관에 포커스를 맞춰 독보적인 지위를 지니는 것 외에도 프랜차이즈 밸류는 ▦정부의 독점 허가(전력사업, 도시가스사업, 수도사업, 방송업 등) ▦장기적인 특허권과 저작권(음반, 신약, 기술료) ▦지속적 우위에서 발생한 비용상 이점(광산 보유 시멘트사업, 대형할인점, 항만사업) ▦높은 시장점유율로 확보한 규모의 경제(박리다매 제품)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원한 가치주는 없다 사실 가치투자의 기본은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사서 제 가치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따라서 프랜차이즈 밸류 등 가치주로서의 요건을 갖추었어도 주가가 많이 올랐다면 가치주가 될 수 없다. 저평가된 가치주라고 판단해서 샀다더라도 주가가 적정 수준까지 올랐다면 더 이상 가치주로 볼 수 없으며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전무는 국내 내수 소비주를 예로 들었다. 국내 대형할인업계 1위인 이마트를 보유한 신세계는 프랜차이즈 밸류를 지니고 있지만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그는 분석했다. 지난 2001년 주가가 6만원,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였지만 지금은 50만원을 넘어서면서 PER도 17배에 달하고 있다. 저평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 이처럼 매력적인 수익모델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가치주 대열에서 빠진 종목들이 꽤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프랜차이즈 밸류도 유행이나 시대 변화 등으로 인해 수명이 존재하기 때문에 수명을 다했다면 이 역시 더 이상 가치주로 볼 수 없게 된다. 이 전무가 예로 든 것은 수십년간 전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음료 박카스. 웰빙 바람을 타고 비타500이라는 경쟁음료가 등장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함께 근무하는 펀드매니저의 할머니께서 박카스를 30년 이상 드시다가 이제는 비타500으로 바꾸셨다고 하더라고요. 박카스의 프랜차이즈 밸류가 수명을 다해간다는 증거인 셈이죠.” 최악의 기업에 기회가 있다 투자자들이 흔히 궁금해하는 것은 ‘향후 어떤 업종이 좋아질 것인가’다. 하지만 이 전무는 ‘어떤 업종, 어떤 기업이 최악인지 항상 고민한다’고 말한다. 이 전무는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이나 향후 전망이 좋아보이는 기업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 최악의 상황에 있는 종목을 눈여겨 본다. 그는 “상황이 너무 좋은 기업은 그 상황이 조금만 나빠져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회사라면 이제 좋은 일만 남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설사 상황이 조금 더 나빠진다 하더라도 주가가 빠져봤자 얼마나 더 빠지겠냐는 얘기다. 지난 2001년. 대부분의 산업이 외환위기 한파에서 벗어나고 있었지만 건설업종은 업계 1, 2, 3위 업체가 모두 퇴출 위기에 몰리는 최악의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이 전무의 눈에 번쩍 띈 종목이 홀로 최고의 사상 최고 이익을 내고 있었던 LG건설(현 GS건설)이었다고 한다. 그는 LG건설을 사들였고 주가는 5,000원에서 2만원까지 수직상승했다. 그는 “가치투자자도 때로는 모멘텀 투자를 한다”면서 “경기 사이클상 최악의 업황을 찾아서 그 업황에 속한 기업 중 최고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수할 종목이 없을 때마다 그는 마젤란 펀드를 통해 10년간 100만명의 고객에게 25배의 투자수익을 올려준 월가의 전설적인 가치투자자 피터 린치의 말을 떠올린다고 한다.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 중의 하나는 어떤 산업의 환경이 더욱더 악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산업 내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면 성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한다. “최악의 업종은 어디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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