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환불금 가운데 상당 금액이 즉시 증권시장을 빠져나가지 않아 주식 매입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이들 자금은 보수적인 성격이나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최근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환불일인 지난 7일 삼성생명 청약금의 20% 수준인 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이 은행이체 등을 통해 이탈한 것으로 추정됐다. 공모주 청약자금은 대개 안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청약이 끝나면 곧바로 은행에 되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성생명 공모주 투자자 가운데 일부는 최근 주가가 급락하자 낙폭이 큰 우량주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석 한투증권 신촌지점장은 "본래 청약자금은 청약이 끝나자마자 이탈하기 마련인데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떨어지니까 '기술적 반등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량주에 단기 투자하면 어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득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예탁금 1억원 이상 고객을 집중적으로 유치한 삼성증권의 경우 청약 환불일에 은행으로 인출된 자금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객들이 일단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보형 삼성증권 명동지점장은 "오로지 공모주에만 투자하는 고객들의 경우 대부분 환불했지만 어느 정도 투자경험이 있는 고객들은 추가 투자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이들은 만도 등 뒤따르는 기업공개(IPO)와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주 투자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이달 7일 주가가 급락했지만 개인은 4,84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고, 특히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만 무려 1,50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삼성생명 공모주 투자자금이 대거 주식시장에 투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현기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대외적으로 유럽 재정위기 등에 시달리고 있어 이런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여지는 적다"며 "하지만 은행 수신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부동산의 투자매력도 떨어지는 만큼 서서히 주식 매입자금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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