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리더십이 흔들린다 당·청 견제에 외환銀 매각사건으로 도덕성 상처'날개없는 추락'에 정책 조정기능 상실 위협 이종배기자 ljb@sed.co.kr 이철균기자 fusioncj@sed.co.kr 관련기사 "재경부 현직 관료도 소환 불가피" 긴장 내우외환 빠진 '수장 부처' 청와대가 보는 재경부 "NO라고 말할수있는 소신있어야" 경제부처 서열 흔들리나 대한민국 최고의 파워엘리트 집단으로 불리며 경제를 주도해온 재정경제부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재경부는 그동안에도 당과 청와대의 집중 견제로 경제사령탑으로서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5ㆍ31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경제정책 운용 실패가 꼽히고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따른 감사원 발표와 전현직 재경부 고위관료에 대한 검찰 수사로 치명타를 맞았다. 재경부의 한 고위간부는 “이런 판국에 누가 재경부를 믿겠느냐. 운신의 여지가 없다”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부총리라는 타이틀뿐”이라고 현상황을 표현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헌재 전 부총리 등 재경부의 핵심을 겨누자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아무도 우리(재경부)를 보호해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정부 권력의 핵심세력이 재경부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재경부라는 집단은 이 나라 관치경제의 중심으로 호의호식한 과거 기득권층의 옹호 부처라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최근 연쇄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물든 `모피아(옛 재무부와 재경부 출신 관료)' 출신들이 경제정책을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현정부에 전문가 역량이 부족하고 대통령 주변의 보고 라인에 포진한 모피아들이 매개 역할을 잘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천에 정치권 실세 장관들이 속속 입성한 것도 재경부가 눈치를 보게 된 주요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경제사령탑으로서 재경부의 고유 역할인 경제정책 조정기능이 실종된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세제개편 방안, 서비스시장 개방, 부동산 대책 등 일련의 주요 경제 현안에서 부처를 강력히 조율하던 과거 재경부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꼬이면서 내부 반성도 나오고 있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 리더십을 이끌고 갈 신흥 인재를 키우지 않고 여전히 과거 인재에 의존하고 있다”며 “자존심과 열정도 사라졌다”고 말해 앞으로 가속화될 리더십 붕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재경부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도 문제이지만 재경부 공무원 스스로 위상을 지키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 의문”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자리를 걸고서라도 정책의 중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현 재경부 공무원들에게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경제 부총리에게 정책조정 기능의 주도권을 줘야 한다”며 “이렇지 하지 않으면 계속 눈치만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06/2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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