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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열지 못하게 하라'
입력2000-07-26 00:00:00
수정
2000.07.26 00:00:00
이용웅 기자
'시장을 열지 못하게 하라'김대길지음, 장터경제 통해본 조선생활사
조선의 위정자들은 민중의 생활터전인 시장을 열지 못하게 했다. 본(本)이 아닌 말(末)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에서이다.그러나 장터라는 곳은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 민중의 삶의 터전이었다.
현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대길씨의 「시장을 열지 못하게 하라」는 조선시대 시장의 형성과 상인, 사업의 발달 그리고 장터문화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조선시대의 장시는 농촌경제의 중심이었다. 특히 조선후기는 장시가 가장 번탕한 시기였다. 조선후기 장시는 상업사뿐만 아니라 정치사·신분사·사회사·수공업사 연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장터는 기본적으로 상품이 거래되는 곳이었지만, 사교의 장 기도 했고, 여론이 형성되는 무대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재래시장, 또는 5일장의 우너조격인 장시가 어떻게 형성되기 시작했고, 어떤 조건하에서 어떻게 발전해갔는지, 시장에서는 어떤 상품이 어떤 사람들을 통해 어떤 경로로 유통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당시 사정을 보면 요즘처럼 위조 화폐가 득세하기도 했고, 조정이 금주령을 내리면 알 카포네처럼 밀주장사를 통해 거금을 모은 장사치들도 있었다.
책의 내용은 아주 세세한 부분에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우리의 풍속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조정에서는 시장을 열지 못하게 했으나 사실 국가경제의 근간은 바로 민중들의 생활터전인 시장에 있었던 것이다. 청년사 펴냄.
이용웅기자YY0NG@SED.CO.KR
입력시간 2000/07/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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