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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영 한라그룹 회장/“경영도 생활도 「진실」돼”(월요초대석)
입력1996-12-09 00:00:00
수정
1996.12.09 00:00:00
◎우리경제 1년후엔 경쟁력 회복할 것/부지확보 등 규제 심해 해외사업 주력/올 중앙대 선정 「참 경영인」에… “항상 즐겁게 일한다”『사업가는 단정한 품행과 참된 경영을 해야 합니다.』 정인영 한나그룹회장은 중앙대학교에서 매년 전문경영인을 선정해 시상하는 「올해의 참 경영인」으로 선정된 뒤 이같이 말했다. 국내 30대그룹이 모두 연루된 전직대통령 비자금파문에서 유일하게 제외된데다 고령(77세)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정회장. 그래서 그가 강조하는 「단정한 품행」과 「참경영」은 낯선 말이 아니면서도 아주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최악의 조건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경영자」로 평가되는 정회장을 만나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참경영자상에 대해 들어보았다.
□대담:김성태 산업1부장
3년연속으로 2백일이 넘는 해외출장을 기록하는 등 초인적인 강행군을 하는 모습에 경의를 표합니다. 불편한 몸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계신데.
○열심히 일해 건강
▲마비된 몸의 반쪽이 저리고 무거워 늘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느낌입니다.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해 더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서울경제신문을 비롯한 경제신문과 경제잡지를 빠뜨리지 않고 보고, 사업구상을 하느라 더 바쁩니다. 참경영인상을 받은 진짜 이유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더 열심히 일하라는 뜻으로 보고 있어요.
30대그룹 가운데 비자금사건에 연루되지 않아 깨끗한 경영인, 정도를 걷는 그룹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고 봅니다만.
▲축에도 못낀 셈이지요. 한국중공업을 뺏앗긴 후 돈도 없었고, 돈을 주고받을 경황도 없었어요. 그런 기회가 있었다 해도 깨끗하게 기업을 운영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영뿐 아니라 사람은 진실되게 살아야 한다는게 신념입니다.
불편한 가운데서도 해외출장을 많이 하고 계신데.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도 (사업을)다하지만 (나는)머리가 나빠 여행을 많이 해야 합니다. 열심히 하자는 것이 철학이고 머리가 나쁘니까 몸으로 때우는 것으로 이해해 주세요.
특별히 해외사업에 주력하는 이유가 있나요.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규제가 심해 사업을 하기 어려워요. 허가는 물론 공장대지를 확보하는것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금융도 제한적인데다 그나마 이자가 비싸 사업환경이 극히 나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것은 국내보다 성공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도 1년내내 여행계획이 잡혀있어요.
해외투자는 가능한한 정치와 경제가 안정된 선진국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인프라가 완벽하고 자금이 남아돌아 저렴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영국이나 독일 등은 총 투자액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으며, 관료주의가 없고 인건비도 우리나라에 비해 높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외국정부들은 기업이 사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밀어주는 분위기입니다.
해외투자를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확실한 것만 투자
▲투자 분야는 시멘트와 펄프·제지공장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성이 확실한 프로젝트만 골라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능한한 단독보다는 합작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는 불가항력적인 변란이 생기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입니다. 따라서 무리한 투자가 결코 아닙니다. 앞으로도 성공확률이 높은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해외사업의 성장속도가 더 빨라지겠지요. 지금 상태라면 앞으로 4∼5년후에 해외매출이 더 커질 것입니다.
얘기를 좀 돌려 보겠습니다. 우선 내년도 우리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우리경제는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장잠재력이 크고 패기가 있어 1년정도면 경쟁력을 회복할 것으로 봅니다. 노사문제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는 반드시 그렇다고만 생각하지 않아요. 노사갈등의 소지가 상존하지만 큰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음이어서 극단적인 대립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경제는 내년이면 재도약을 위한 원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계 원로로서 우리 경제의 활로는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규제완화 강력히
▲사치성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 무역수지 악화로 연결되고 있는데 어떤 형태로든 이것을 줄여야 합니다. 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쟁력 10%향상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어요. 또 필요한 것은 규제하되 가능한 푸는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돼야 합니다. 일본인이 쓴 「한국경제의 몰락」이라는 책에서 불필요한 규제가 우리경제를 어렵게 하는 것으로 지적한 것을 읽고 아주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사업구조를 개편내지 조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라의 사업구조는 여전히 중공업위주인데 여기에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지요.
▲소비재는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중공업은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좀 알아요. 몰라서 못한다고 봐 주세요.
30대그룹 가운데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데.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 더욱 성장속도가 빨라질 것입니다. 악착같이 하고 있다.
구상중인 사업은 무엇이 있습니까.
○에너지부문 의욕
▲식량·에너지사업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식량과 에너지가 크게 부족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이와 관련한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봅니다. 카타르, 오만 등 중동으로부터 가스를 도입해 발전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며, 발전소를 건설해 파는 사업도 구상중입니다. 또 중동의 오만에서 고철대용품을 만들어 국내로 수입, 부가가치를 높인 H빔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요.
정회장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침없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건강비결은 특별한 관심사. 이에 대해 정회장이 털어놓는 「비결」은 간결하다.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바쁘게 사는 것이지요. 지난 89년 7월 뇌출혈로 넘어져 서울중앙병원과 일본, 미국 등지에서 1년 가까이 병상생활을 했습니다. 미국에서 치료할 때 주치의가 술과 담배를 안해 엔진(심장)은 좋다고 말하더군요. 지금도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성격이 낙관적이어서 일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어요. 몸과 마음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건강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몸관리를 잘하면 반쪽의 아픔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정리=채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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