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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품 대야산 용추폭포

일시: 2003/7/12(토) 흐림/비월산회 (최명규 대장외 40여명)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 경계의 대야산 (大耶山:931m) 참고: 후미 등산경로 : 서초구청 (7:20) &#8211; 음성휴게소 (8:25-45) &#8211;중부고속도로 증평 IC (9:07) &#8211; 버리미기재 (10:05-10) &#8211; 헬기장 (10:18) &#8211; 첫 하강로(10:30-45) &#8211; 미륵바위 (11:12) &#8211; 불란치재 (11:30) &#8211; 촛대봉(묘) (11:57) &#8211;촛대재 (12:12) &#8211; 전망대 바위 (13:10) - 대야산 정상 (13:23-40) &#8211; 피아골 첫 계곡 건너기전 (14:00) _ 밀재와 갈림점 (15:05) _ 용추폭포 (15:40) &#8211; 출발 (16:40) &#8211; 음성휴게소( 18:10-25) &#8211; 복정역 (19:20) 전체적인 분위기 백두대간의 일부분임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산 같다. 등로가 그렇고 계곡이 또한 그렇다. 구름 때문에 산세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등로에는 밧줄이 많았다. 그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 1,000m가 안되어 가볍게 보았는데 의외로 힘든 산이다. 대간이 만들어 낸 용추계곡은 둘째 가라면 서운해 할 계곡. 특히 용추폭포는 이 계곡의 하일라이트. 어느 산도 흉내낼 수 없는 명품. 계곡따라 암반에 흘러내리는 모습만 봐도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그냥 싹 없어지는 느낌. 나무는 주로 굴참, 신갈의 활엽수와 소나무가 사이사이 끼어 있을 정도. 야생꽃으로는 하늘 말나리와 산수국이 계절에 맞게 자태를 뽐내고 있음. 그 외에 까치수염이 많고, 우산나물은 꽃이 거의 없는 상태, 노란 원추리는 동네 화단과는 달리 하나밖에 눈에 띠지 않았음. 정감있는 지명 이름들이 숱하게 많아 일찍부터 계곡이나 산을 즐기려는 사람이 많았음을 말해준다. 뜻은 몰라도 좋다. 버리미기재, 곰넘아봉, 불란치재, 촛대, 밀치재, 떡바위, 무당소, 가마소 벌바위, 다래골, 용추골, 피아골 등등 수락산을 갈려다 갑자기 장거리로 급선회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맛봤다. 밀재까지는 가지 못해 다음 다시 오라는 것으로 알아들었음. * * * * * * 짙은 운무가 산자락까지 10:10/ 517번 지방도를 따라 속리산 국립공원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는 고개를 꼬불꼬불 넘어와 이정표도 없는 등산기점인 버리미기재에 이르니 10:05. 운무가 산아래까지 내려와 앉아있고 찬바람기운까지 돈다. 파카를 입어야 하지 않나 하는 얘기까지 들린다. 도로 양쪽 가에는 ``출입금지 안내`` 표지판이 있다. 물론 우리가 가는 등로를 두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곧장 길 아닌 듯한 도로가장자리 아래로 내려선다. 훤칠한 키의 전나무들이 제일 먼저 반긴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 등산하는 사람들은 잘 아는 모양이다. 길이 나 있다. 처음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가파르게 오르막길이다. 방태산처럼 막바지에 가서 그래야만 고생이 덜한데, 낙오자가 생길까 걱정이다. 잡목사이에 띄엄띄엄 하늘말나리가 주황색 꽃잎을 피웠다. 조그맣고 담백해보인다. 꽃대 한참 아래에 빙둘러 잎이 넓게 퍼져 나있어 꽃이 낙상하면 받으려는 모습이지만 그럴 염려는 없다는 듯이 꽃잎 여섯쪽을 하고 하늘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운무 때문에 멀리는 안보이니 나무나 풀을 열심히 보고 가야겠다. 하얀꽃의 까치수염도 수시로 나타난다. 개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개꼬리풀이라고도 부르는데 영락없다. 하늘 말나리, 까치 수염, 꽃이 다 진 늙은 티를 내는 우산나물을 보면서 오르는데 헬기장이 나온다. (10:18) ``H``자가 산의 너무 낮은 곳에 있으니 좀 안어울리는 것 같다. 운무속에서 오르막길을 10여분 가니 갑자기 하강길이 나오면서 로프를 타게 돼있다. 후미로 도착 15분을 기다려서야 6-7m 되는 바위아래로 내려왔다. (10:45) 후미에서 로프를 타면서 밀렸으니 중간 그룹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백두대간의 길목 길목마다 산악회 리본이 만장처럼 펄럭인다. 백두대간의 한 부분이란다. 그래서 백두대간 종주라는 리본도 여럿 보인다. 등산매니아들이 만들어 놓은 백두대간 제 10구간으로 남쪽 청화산 (984m) 아래 널재에서 북쪽은 희양산 (998m) 서쪽 지름티재까지인데 우리가 출발한 버리미기재에서 앞으로 갈 예정인 대야산을 지나 밀재까지가 겹친다. 미륵바위쯤으로 여겨지는 곳에 오니 시야가 좀 트이는데 앞의 봉우리는 보이지 않는다. 바위아래로 또 밧줄을 잡는 곳이다. 평평한 불란티재에 오니 좀 낫다. 껍질로 코르크를 만든다는 굴참나무와 참나무의 대표선수격인 신갈나무가 숲의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산자체는 순해보이는 것 같은데 등로는 가파른데다 계속 바위가 있어 밧줄을 잡거나, 맨손으로 바위를 오르거나 옆으로 가까스로 비껴가게 되어있는 곳이 많다. 길옆 비탈에 한 무더기 연한 자주색 꽃이 피어 있다. 산수국. 요녀석은 가장자리에 풀잎을 하얗게 변형시켜 꽃처럼 보이는 데 실제로는 그 한가운데 뭉쳐있는 게 진짜꽃이다. 이 가짜가 잎도 넉장으로 꽃형태를 갖추어 속아넘어가기 십상이다. 그 안의 깨알 같은 꽃으로 벌이나 나비들을 불러들이기에 역부족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디카에 담아봤는데 후래쉬가 안터진 것 같다. 옆에 젊은 아주머니가 한 컷 부탁해 찍었는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수국의 아름다움을 밀어낸 것 같다. 꽃이 지긴 했어도 이산에도 철쭉은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많다. 이 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가다 올라선 곳이 촛대봉. 11:57 (이정표에 버리미기재까지 1시간 20분 대야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 이름하고 실재하고는 전혀 매칭이 안된다. 사실 운무와 큰키 나무 때문에 올라오면서 이 봉우리를 보지 못해 모습을 알 수는 없다. 열평도 채 안되는 공터에 다 문드러진 묘지 하나만 한가운데 있다. 후손이 어떤 사람들인지 짐작이 간다. 곰넘이봉은 알아채지도 못하고 지나쳤다. 다시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촛대재란다. 12:12 그런데 후미의 한 일행 아주머니가 처음부터 힘들어 한다. 지난 방태산에서도 70넘은 노인네들 때문에 꼴찌를 가까스로 면했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분명한 꼴찌일 테니까. 나는 가이드, 한 부부, 또 다른 아주머니 등 6명으로 후미를 이루고 있다. 운무 때문에 여전히 모두가 근시인 사람과 별 다를 게 없다. 정상전 마지막 암벽에서 마지막 정상의 가파른 길목 같아 심호흡을 하자고 했다. 여기서부터는 둘이 쳐졌다. 12:22. 솔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이 제일 시원한 줄 알았는데 참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참바람도 꽤 시원하다. 이 아주머니는 정말 힘들어 하는데 서 너 번을 더 오르락 내리락 했으니 그로기상태다. 그런데 이번은 마지막으로 거의 직벽이 길을 막는다. 밧줄은 늘어져있다. 앞에 가던 부부가 보인다. 오면서 어부인에 너무 신경을 써 옆에서 시샘을 하니까 ``13년 연하의 영계를 모시고 사는 죄밖에 없다``고 말한 그분 부부다. 그런 죄라면 나도 기꺼이 받을 태세가 되어 있는데... 사실 현재 나는 후미에 선 죄밖에 없다. 내가 스틱을 받아들었다. 일단 첫 바위는 올랐다. 손에 힘이 없고 맥이 풀린단다. 암릉을 타본 적이 없던 2 년 전 비봉을 오를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앞뒤에서 전문가들이 짱짱하게 받쳐줘 떨어지면 받아주겠지 하고 했으니 그래도 나았다. 그런데 지금 내가 받쳐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후미 가이드가 안보이는 게 원망스럽다. 어쨌튼 물러설 수는 없는 지점이다. 마지막 험로인 것 같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부부가 완전히 올라간 후 밧줄을 잡게 했다. 떨어지면 내가 몸으로 막아야 할 입장이다. 그 아주머니가 밧줄을 잡는 걸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겁난다. 위에서는 일단 밧줄 둘을 다 잡으라는 데 내 생각에는 하나에다 힘을 실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분은 위에서 끌어 올려 주는 것으로 하고 나는 발을 밀어줄 요량이었다. 그런데 올라치더니 발을 받쳐 줄 새도 없이 가까스로 나무 뿌리에 발을 올려 놓는다. 가능한 대지 말아야 할 무릎을 바위에 대기는 했지만 성공. 한순간 막힌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휴!!! 나도 이어 올랐다. 심장 수술을 극복한 아주머니 그 곳을 오르니 바위에 앉을 곳이 있다. 전망대바위. 13:10 여전히 주위는 운무 때문에 조망이 않된다. 참외를 하나 꺼내 깎았다. 꿀맛이다. 넷이 모두가 힘들었다. 정말 가슴조였던 마지막 구간. 1년 반전 심장 수술을 하고 관악산에서 빌드업하다 요 근래 여기처럼 지방산에 원정을 다니는 데 여간 힘들지 않단다. 힘이 들어 다시는 안오겠다고 다짐하다가도 자꾸 산에 빠지는 이유를 모르겠단다. 사실 아편이나 마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이런 저런 마약에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심신을 튼튼하게 해주면 그런 마약엔 빠질수록 좋다. 정상에서는 직하산코스 피아골로 여기서 잠깐 오르니 너럭 바위로 된 정상. 13:23-40. 후미 가이드와 내내 같이 왔다 마지막 먼저 오른 여자분이 식사중이다. 일행과 다른 두분이 아래 바위에 앉아 식사한다. 어떻게 올라온 정상인데, 허리도 안 올라오는 표지석에서 키를 낮춰 기념 사진 한 컷. 문경시에서 세운 대야산 (931m) 정상 표지석. 집을 나설 때 1,000m가 안되는 산이라 마음이 한결 가벼웠었다. 나에게는 큰 문제는 안되지만 하여튼 산이 좀 고약하다. 밧줄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그나마 사람들이 적은 느낌은 밧줄 때문이다. 조금만 더 있으면 철계단을 놓아 입장료를 받을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만난 등산팀은 딱 둘. 그것도 거의 다와서. 식사를 하고 가이드께서 선두와 무전연락을 해보니 거의 내려 갔고 중간그룹이 남쪽 능선을 따라 40분 거리인 밀재를 지나고 있어 우리는 바로 피아골을 따라 하산해야 비슷하게 합류할 것 같다며 밀재는 포기 하잖다. 운무 때문에 위험스럽기는 하지만 너무 아쉽다. 운무에 후미를 서는 바람에 오늘은 헛장사 한 듯 하다. 13:40 하산을 하는데 마지막 치고 올라오는 남녀 젊은이들의 숨소리도 거칠다. 밧줄은 있긴 해도 하산길의 경사가 만만치 않다. 20여분을 그렇게 내려오니 계곡물소리가 오른쪽에서 난다. 아예 계곡 위부터 바위에서 계속 미끄러지며 떨어져 내린다. 보기 시원하다. 나무는 울창하고 어두컴컴하다. 이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또다시 20여분을 내려와 좀 편평해지는 곳에서 배낭을 내려 논다. 두 젊은 아주머니는 양말을 벗고 아예 발을 물속에 담근다. 얼마나 시원할까!! 그런데 영계를 모시고 사시는 분은 너무도 보디가드역을 충실히 하시다 두 번이나 미끄러지고 밧줄도 한번 끊어졌으니 너무 힘드셨다. 용추계곡의 백미 밀재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오니 (15:05) 역시 산악회 리본이 나무에 숱하게 걸려 있다. 그 쪽 계곡은 물내려오는 계곡이 더 넓고 수량도 많다. 물론 바닥은 전체가 암반이다. 비가 한방울씩 떨어진다. 바로 위가 밤이면 달빛이 대(臺)와 계곡에 비친다는 월영대 (月影臺). 여기서는 구경할 수 없다. 보름 이틀 전이니 밤을 지내보면 맛을 느껴 볼지도 모르는데 아무래도 비가 계속 올 것 같고 혼자 남을 수 도 없는 처지. 상상으로만 그려 볼 뿐이다. 계곡은 계속 넓으면서 거의 암반으로 돼있다. 옆으로 쏠렸다, 미끄러졌다, 떨어지며 곳곳에 소와 담을 만들어 놓은 용추계곡. 역시 백미는 용추폭포. 깊은 항아리를 만들어 놓은 곳으로 떨어진다. 설악, 금강 어디 에서도 이런 절묘한 소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하트``모양이란다. 그 옛날 영영 이무기가 될뻔한 암수 두 마리가 이 곳에서 천년동안 지성을 들여 용으로 승천하는 바람에 절묘하게 항아리가 만들어졌단다. 부부탕으로 쓰면 안성맞춤인 것 같다. 비늘이 양옆 바위에 있다는데 확인은 못했다. 떼어올 수 만 있으며 명품 진열을 좋아하는 강남의 어느 백화점에서라도 들어다 놓았음직한 작품이다. 아무리 고가라도 금방 팔려나가기 십상인 정말 ``특명품``이니까. 인간의 솜씨로는 저런 소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안의 물은 푸르다 못해 시퍼렇다. 흔한말로 청옥색같다느니, 비취색이라느니 쪽빛이라고 한다. 맑은 물이 그 안에 들어만 가면 청옥과 비취로 변해버린다. 욕심이 나지만 손으로 걷어 올려야 이내 옥과 비취는 물로 변한다. 건져낼 수 만 있다면 남아 났겠는가. 그래서 그곳에서 보고 즐기는 도리밖에 없다. 금강산 구룡폭포위의 상팔담(上八淡)도 이만 못하다. 소(沼)에 있는 쪽빛은 어떻게 나왔나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 쪽빛이 어떻게 해서 나온 줄을 잘 모른다. 나한테만 1급 비밀이라며 들려 주었다. 불쌍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돌뿌리에 채이고 바위에 얻어맏고 암반아래로 떨어지며 든 피멍이란다. 많이 쥐어 터진 녀석들이 모이면 더 푸르고 덜터진 녀석들이 모인 곳은 비취색이 좀 덜하단다. 마지막 부서지며 내는 허연색은 우리가 얻어맞으면 별이 보이는 것처럼 마지막 멍이 들기 전이라 그렇단다. 많이 얻어 맞은 녀석들이 모인 하트모양의 윗용추를 음소(陰沼:여자)라고 한다면 다시 한번 미끄러져 내린 아랫용추는 양소(陽沼:남자). 외롭게 하나만 만들어 놓은게 아니고 둘을 만들어 놓아 심심치 않게 했다. 조물주의 조각술뿐 아니라 사려깊은 면까지 느낄 수 있는 진짜 명품이다. 벌어진 입은 당연히 석고처럼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무당소, 가마소는 나름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대표 소(沼)다. 양소를 지나면 물은 역시 암반을 따라 지멋대로 흘러내며 신선이나 선녀가 놀았음을 반증해 주듯 물밖으로 나온 암반들이 많다. 대여섯분이 자리를 깔고 흐르는 물을 보며 식사를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는데 이들이 바로 신선이요 선녀다. 이 대야산 능선 동서 양쪽 한참 아래 계곡에 선유동(仙遊洞)이 있다. 그 옛날 저만치 아래에 있는 계곡에서도 신선이 놀았다는 얘기란다. 물론 서쪽의 선유동에는 선녀들의 놀이터. 우리도 조금 일찍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면 신선이나 선녀들이 되었을 텐데… 아쉬움 남기로 서울로 빗방울이 떨어지는데다 후미다 보니 눈치를 안 볼 수 없어 서둘러 차도로 나오니 도로옆 풀팥에서 일행들이 식사를 거의 다 마친 상태. 빗방울은 계속 굵어진다. 그런데 최대장님이 안 오셨다. 운무가 자욱한 중에 방향이 비슷해 잡은 코스가 대야산 정상에서 정서쪽 중대봉으로 가는 바람에 후미보다 늦게 됐단다. 물김치에 소주 몇 잔하고 차에 올랐다. 16:40 <채희묵 chaehm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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