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양생명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동양'의 계열회사에서 공식 제외했다. 동양생명이 10월7일 신청한 계열 분리 요청에 대해 정부에서 신속히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사명에 '동양'이 들어가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동양그룹 리스크에 시달렸던 동양생명은 이번 공정위의 발표로 다시 성장에 집중할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동양생명이 동양그룹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 생명보험 전문회사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이번 공정위의 계열 분리 결정이 중요한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신규 계약 증가 및 영업력 확대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또 과거에 추진했다가 불발된 인수합병(M&A) 작업에도 재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동양생명은 과거 ING생명 인수를 위해 입찰에 참여했으나 동양그룹과의 계열 분리가 무산되면서 인수 작업에도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동양생명은 계열 분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내·외부 설문, 컨설팅 등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사명 변경 및 기업 로고 교체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내년 3월 예정된 주주총회 전까지 이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주주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동양생명의 대주주는 지분 57.6%를 보유한 보고펀드이며 2011년 동양그룹이 보유 지분 총 46.5%를 보고펀드에 매각한 후 사실상 동양그룹과 분리돼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동양그룹 사태로 인한 고객 우려 속에서도 독립 경영 체제를 통해 꾸준히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회계연도 상반기(4~9월) 당기순이익은 838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9.9% 증가한 1,159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은 2조3,848억원으로 4.1% 증가했다. 총자산은 16.9% 늘어난 18조1,744억원을 기록했고 수입보험료는 3.0% 성장한 1조8,606억원을 달성했다.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은 순이익 증가와 고위험자산 축소로 전 분기 대비 12.9%포인트 상승한 244.6%를 달성하며 감독당국의 권고 기준(150%)을 크게 웃돌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업계 최고 수준인 11%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지난해 6월 취임한 구한서(56·사진) 동양생명 사장의 경영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구 사장은 지분 매각 이슈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총력 영업 체제를 구축해 영업 활성화를 이끌었다.
구 사장은 "젊은 기업이란 내부적으로는 활기차고 외부적으로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도전하고 대응하는 기업"이라며 "내부 직원뿐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 강화로 시장의 변화를 미리 선도할 수 있는 보험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사장은 100세 보장, 두 번째 암 및 중증질환(CI) 보장의 특약 신규 상품 개발과 보장성 보험 비중, 전속설계사 인원 증대에도 힘을 쏟았다. 이런 노력으로 모든 보험료 납입 형태를 연간기준으로 환산해 보여주는 지표인 월납초회보험료와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8%, 21.7% 증가했다. 증권가도 동양생명을 내실 있는 우량 기업으로 평가했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이 살아나고 있으며 수익성도 견조하다"며 목표 주가 1만5,000원과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이 밖에 하나대투증권·대신증권 등이 동양생명에 대해 현재 주가 이상의 성장 잠재력과 실적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