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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잇단 금리인하 만병통치 아니다"
입력2001-05-15 00:00:00
수정
2001.05.15 00:00:00
증시·소비심리 살렸지만 설비투자 확대는 역부족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들어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침체되고 있는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은 뉴욕 증시를 회복시키고 소비 심리를 살리는 데는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실업률을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5일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는 올들어 다섯번째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월가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이로써 미국 단기금리가 4%로 떨어지고 앞으로 몇 차례 더 금리를 내릴 경우 연간 2~3%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 1%대라는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이처럼 저리의 돈을 푸는데도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것은 기업 부문의 침체가 금융정책만으로는 빠른 속도로 방향을 돌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여전히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고 대량의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부문의 침체가 금리인하로 인해 회복되고 있는 증시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금리인하 조치는 소비를 촉진시키고 유동성을 풀어 증시를 살리는 데 타깃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의도가 기업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 99년 말과 2000년 초에 소비증가율을 능가하는 속도로 막대한 시설투자를 단행했다.
이때 만들어진 설비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데는 금리인하의 효과가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처방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미 노스웨스턴대의 로버트 고든 교수는 "미국 경제가 불황은 피해 갈 수 있겠지만 (설비투자가 확대되지 않는 한) 적어도 1년 이상의 저성장과 실업률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설비투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1이나 되며 90년대 미국의 장기호황은 미국인들의 높은 소비심리와 기업의 설비 확장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에 20%를 웃돌았으나 대대적인 금리인하조치가 단행된 올 1분기에는 거의 0%로 급감했다.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점도 설비 확장의 요인이 되고 있다. 금리는 떨어졌지만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까다롭게 하고 기업들의 설비투자 확대에 결정적 기여를 해온 닷컴 기업들은 아예 자금줄이 막혀버렸다.
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은 증시의 거품이 무너지면서 기업 부문의 설비투자 감소로 악화됐다.
뉴욕타임스지는 "기업 부문의 설비투자 부진으로 경기가 냉각되고 있다"면서 요즘 그린스펀보다 기업인들의 마인드가 경제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업률 상승
금리인하의 직접적 영향이 미치지 않는 또 다른 영역이 노동 시장이다. 기업들은 1~2년 전 경기과열 때 상승한 임금을 내리는 것보다 인원정리를 하는 것이 수월해 이를 단행, 실업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상승 추세에 있는 실업률은 4월 말 현재 4.5%로 그나마 경제 회복의 원동력으로 간주되고 있는 소비심리마저 얼어붙게 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특히 닷컴 회사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취직한 대졸출신의 화이트컬러층의 실업자는 올들어 50%나 늘었다.
GDP나 소매매출, 주택시장 동향을 보면 아직 미국 경제는 건재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일자리가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소비가 줄기 마련이다.
◇금리인하의 장기적 효과
FRB와 이코노미스트들은 금리인하가 단기적으로 소비와 증시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기업 부문을 활성화하고 실업률을 낮추게 되는 선순환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결과로 부양되고 있는 증권시장과 소비심리가 설비투자 부진, 대량 해고 등 기업부문의 무거운 중력을 이겨내려면 중앙은행이 앞으로도 공격적 금리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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