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발신자번호표시(CID) 서비스 무료화 방침에 KTF마저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자 이통업계 3위 업체인 LG텔레콤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KTF는 LG텔레콤과 마찬가지로 CID 무료화에 결사 반대해 왔으나 SK텔레콤이 무료화를 선언하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물러섰다. KTF는 “CID매출비중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무료화 또는 요금인하에 따른 부담이 크지만 고객이탈을 막으려면 요금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KTF는 현재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내년 1월 1일부터 요금을 인하할 지 아니면 일정한 시차를 둘지를 놓고 검토중이다. 반면 LG텔레콤은 여전히 “요금인하계획이 전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중이다.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20일 “현재로서는 CID요금을 인하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남사장은 “요금경쟁력은 후발사업자가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경쟁무기”라며 “CID요금 인하는 어렵지만 요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발굴해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CID 무료화 대신 다른 형태로 요금을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텔레콤의 이처럼 요금 인하 또는 무료화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은 CID를 통한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은 지난 2004년 한해동안 CID로만 890억원을 벌어 들였다. 지난해 LG텔레콤의 당기 순이익은 226억원이었다. 만약 CID 서비스가 무료화된다면 적자로 반전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CID 요금을 인하하지 않을 경우 가입자 기반이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게 LG텔레콤의 고민이다. 굳이 경쟁사들보다 비싼 요금을 물어가며 LG텔레콤을 고집할 가입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통업계에서는 가입자들이 요금인하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LG텔레콤이 요금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LG텔레콤이 CID요금을 무료화 하되 표준기본요금을 현행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올리고 무료통화혜택도 더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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