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명성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삼성전자의 두바이법인에서 대규모 회계부실이 자체 감사를 통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전(全) 해외판매법인에 본사 직원들을 보내 현장진단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은 현장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같은 효율화 작업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안팎에서는 그동안 이어진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재편에 이어 이번 회계 오류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내부쇄신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23일 "최근 본사 글로벌지원팀에서 해외판매법인에 직원들을 급파해 회계장부를 집중 점검했다"며 "법인별로 보고서가 제출됐고 이를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의 이번 해외 현장점검은 두바이법인의 회계부실이 발단이 됐다.
두바이법인은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던 곳이었으나 올해 1·4분기 적자를 냈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이 자체 실사를 벌인 결과 그동안 회계가 부실 작성된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
삼성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현지 직원의 횡령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삼성이 발칵 뒤집혔고 이에 따라 대대적인 해외법인 점검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있는 삼성전자 종속회사(법인)는 총 143곳으로 삼성은 이 중 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회계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삼성 측은 이와 관련해 "두바이법인의 경우 그동안 회계처리 과정에서 비용으로 잡혀야 할 일부 항목들이 누락돼 결과적으로 영업이익이 과다 계상된 건(件)"이라며 "횡령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대규모 회계부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투명하고 정확한 회계는 기업 경영의 기본인데 다른 곳도 아닌 삼성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할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고의라면 분식회계고 실수라고 해도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해외판매법인 집중점검에 따라 추가 구조조정 같은 후속조치가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회계부실이 아니더라도 점검에서 낭비 요인이 발견되면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다. 삼성 관계자는 "종합검토 보고서가 나오면 내용에 따라 대응책이 검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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