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한일 경제관계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당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이 긴밀히 협력해야 할 통상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한일 간 감정 대립으로 양국의 경제외교 채널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일본과 우리 기업들이 손잡고 중국 시장을 겨냥해야 할 신규 프로젝트들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 악화가 양국 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급속히 줄어들었던 일본 기업들의 한국 투자 역시 내년까지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일 관계가 악화할 경우 당장 우리의 TPP 참여에 걸림돌이 생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TPP는 기존 참여국들의 동의를 얻어야 협상에 들어갈 수 있는데 우리로서는 일본의 동의를 얻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TPP에 참여하고 있는 12개 국가 가운데 우리가 FTA를 맺지 않은 곳은 호주·뉴질랜드·캐나다·멕시코·일본 등 5개 국가뿐이다.
이 가운데 호주·뉴질랜드·캐나다와는 최근 FTA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어 일본과 멕시코의 동의가 우리 TPP 참여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당국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TPP 참여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와의 협의일정은 아직까지 잡히지 않았다"면서도 "양국이 경제 문제에 관련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는 하겠지만 한일 관계 악화는 통상 부문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일본 기업들의 한국 투자 역시 앞으로 더욱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를 보면 올해 3·4분기까지 일본 기업들의 한국 투자(신고 기준)는 19억6,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0.6%나 급감한 상태다. 이에 따라 3·4분기까지 우리의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전년에 비해 4.0% 줄어들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국내 FDI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가 일본 기업들의 투자인데 올해 엔저 등의 영향으로 투자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일본 기업들의 투자 감소세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 여파가 꾸준히 이어지는데다 한일 관계가 악화할 경우 일본 기업들의 한국 투자 여건이 우호적으로 조성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추진하는 합작투자들도 악화된 양국 외교관계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여수와 울산에서 중국 섬유시장을 겨냥, SK·GS와 일본 기업들의 합작투자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들 기업의 합작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돼 벌써 수개월째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야 철저히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양국 간 갈등이 더 깊어질 경우 정치권 등에서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기가 더욱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 모두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