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發)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확대될 경우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유사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버트 호프만(사진) 세계은행(WB)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일 기자와 만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성장이 더욱 둔화되거나 추가적인 위기로 금융시장이 흔들린다면 2008년 리먼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먼 사태는 2008년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뜻하는 말로 당시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의 증시가 폭락하고 대형 투자은행들이 문을 닫는 등 전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는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현 유럽 위기를 '미국의 대공황에 버금 가는 큰 위기'라고 비유한 것에 대해서는 "위기의 지속기간은 다를 수 있겠지만 상황의 심각성에서는 두 위기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유로존 위기는 2008년부터 시작됐는데 상당 기간 오래 지속됐던 미국의 대공황과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이번 위기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점에서 두 위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의 경기전망과 관련해 "올해에는 지난해 8.2%의 경제성장률보다 다소 낮은 7.6% 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세계 경제침체로 수출이 정체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균형적인 성장을 위해 내수 위주의 재조정(rebalancing) 정책을 도입하는 등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동아시아 경제는 내수시장이 잘 유지되고 있고 경제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위기로 확산될 조짐 속에서도 동아시아 경제는 잘 버티고 있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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