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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참수] 파병이 피랍의 직접원인 아닌듯
입력2004-06-24 09:27:13
수정
2004.06.24 09:27:13
이라크 테러범들이 김선일씨를 20일 이상 억류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면서 한국군 파병저지가 피랍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테러범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 납치와 살해 동기를 알기 위해서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까지 나온 그의 진술은 의혹 투성이다.
우선 김 사장은 테러단체에 의해 김씨가 납치된 지난달 31일부터 피랍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이달 20일까지 무려 4차례에 걸쳐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을 방문했으나 한 번도 억류사실을 알리지 않은 게 최대 의문점이다.
그는 김씨 피랍 11일만인 이달 11일부터 무장단체 고위층과 잘 알고 있는 현지인 변호사를 내세워 인질범들과 6일간 접촉, 곧 풀려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진술했다.
이는 변호사를 통한 간접협상에서 테러단체가 석방조건으로 내세운 요구사항들을 수용할 의향을 전달했고 그 결과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통보받을 수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그 때까지는 서희.제마부대의 철수와 한국군 추가파병계획 철회는 석방조건에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될 파병문제를 김 사장이 단독으로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데다 그 때까지 피랍사실을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에 일절 알리지않았기 때문이다.
이달 18일 현지인 변호사를 통해 테러범들과 접촉했을 때 "김선일씨 억류사실을대사관이나 경찰에 알리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다"라는 말을 전해들었다는 김사장의진술도 파병문제는 그 때까지 거론되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는 발언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테러범들이 한국군의 추가파병을 저지하기 위해 김씨를억류했다면 납치 후 18일이 지나도록 스스로 공개하지 않은 채 피랍사실이 한국정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구 만류할 리가 없는 것이다.
피랍사실이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20일까지는 파병문제가 인질범에 의해 제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김 사장의 행적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20일 미군부대 군납 원청업체인 AAFES사와 계약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이라크 북부 모술을 방문했다 김씨 피랍사실이 방송에 보도됐다는 소식을 대사관측으로부터 통보받고 서둘러 바그다드로 이동했던 것.
그 때까지 파병문제가 석방조건으로 제시됐다면 피랍사건은 심각한 국면을 맞게돼 김씨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사장으로서는 한가하게 사업차 다른 지역을 방문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김 사장이 이달 4일부터 9일까지 팔루자 지역을 다니며 실종된 김씨 행방을 찾다 주민들로부터 무장세력에 납치됐을 수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는 말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1천500만달러의 현상금이 걸려있는 테러범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납치 순간부터 극도로 은밀하게 행동했을 가능성이 큰 데 그럴 경우 주민들로부터 피랍관련 첩보를 얻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김 사장은 대사관에서 행한 진술에서 피랍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21일까지 행적을 비교적 소상히 밝히고 있으나 인질범들이 어떤 요구조건을 내세웠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는 것도 의혹을 부채질하는 부분이다.
결국 김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인질범들은 20일 이전까지 가나무역 차원에서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만족할 만한 행동이 뒤따르지 않자 살해 명분을 찾기 위해 파병문제를 뒤늦게 제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무장단체에서 김씨를 납치한 뒤 거액의 몸값을 노렸다가 실패로 끝나자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단체에 김씨를 넘겨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군 일각에서도 의문 투성이인 김 사장의 진술과 행적 등으로 미뤄 파병이 직접적인 피랍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 향후 외교부의 진상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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