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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그의 마음은 설렘으로 부풀었다.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로부터 브로드웨이국립은행(BNB) 인수를 승인받은 지 석달 만에 또 하나의 결실을 보인 것이다. 김 회장이 조타실의 키(key)를 잡은 지 1년 반. 글로벌 금융회사를 향한 하나금융의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됐다.
하나금융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라는 투톱 체제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환은행을 품에 안으면서 해외 24개국, 124곳에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오는 2015년 '글로벌 TOP 50'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5일 영국 런던에서 세계 15위 은행인 바클레이스와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 대표적 행보다. 아프리카 시장은 지구촌 마지막 성장 엔진으로 꼽힌다.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 성장성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다.
하나금융은 우선 바클레이스의 아프리카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바클레이스는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3위 금융그룹인 압사그룹을 인수, 사하라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총 12개국에 걸쳐 1,339개의 지점망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필수적인 메이저 시장 공략도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8월 미국 Fed로부터 BNB지주회사와 BNB은행 인수를 승인받아 지난 9월부터 직접 경영에 나서고 있다. BNB은행은 1986년 미국 동부에서 영업을 개시한 최초의 한국계 커뮤니티 은행으로 소매판매 능력이 뛰어나다. 하나금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뉴욕과 뉴저지 지역에 추가로 5개의 영업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하나금융은 다른 한국계 은행들과는 달리 북미 지역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들과의 거래를 넓히기보다 고객군 자체를 아시아계를 아우르는 기업들로 넓게 잡은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민성은행·지린은행과 업무협약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BNB은행을 인수함에 따라 파트너 집단 내에서 하나금융의 영향력도 한층 강해졌다.
하나금융은 내년에도 글로벌 시장 공략의 고삐를 조일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미얀마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외환은행은 러시아 현지 법인 설립과 인도 첸나이 지점 설립에 이어 호주 시드니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해 본격적인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영업력에 외환은행의 해외시장 경쟁력이 더해지면서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시장,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 현지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초석 마련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직원 전체가 2015년에는 하나금융의 목표인 '글로벌 TOP 50' 등극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의 이 같은 자신감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꼽는 경영철학에서 나온다. 고객의 돈을 지켜야 하는 금융회사의 기본은 안정성과 서비스정신이다. 하나금융은 금융회사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성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 내 자회사별로 최고리스크책임자(CRO)가 있고 매달 그룹 차원의 리스크관리집행위원회를 열어 리스크 관리 지배구조 체제를 구축하는 등 위험관리 부문에서 금융사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엄격한 위험관리 원칙은 새로운 금융시장 개척과 해외진출 확대 전략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최초로 프라이빗뱅킹(PB) 모델을 도입해 고객들에게 선도적으로 투자상품을 제공해왔다"며 "내부적으로는 안정성을 중요시하면서 외적으로는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하나금융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의 강점은 김 회장의 경영철학에서도 묻어 나온다. 하나금융의 경영 슬로건인 '건강한 금융, Happy Together'는 김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철학인 '건강과 행복'에서 탄생했다. 도덕성과 윤리성을 갖춘 건강한 조직이 돼야 직원과 고객 모두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론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하나금융의 내실이 탄탄한 만큼 내년에는 올 한 해 내내 금융사들을 힘들게 했던 순이자마진(NIM) 하락 악재를 극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용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올 4·4분기를 저점으로 순이자마진 하락세는 진정될 것"이라며 "포스코를 비롯한 보유주식 가치의 하락과 기업들의 대규모 부실 우려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 수익성을 깎아 먹었던 요인들이 점차 해결되고 있어 내년 총영업이익은 올해보다 10% 가까이 증가한 6조6,54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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