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11월 현재 8조원…지난해의 절반 수준 그쳐
느린 경기회복 등이 원인 올 하반기 들어 국내 상장사들의 시설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정도로 세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데다 최근들어 유럽발 재정 위기가 다시 불거지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신규 시설투자 규모는 7조9,704억원에 그쳤다. 이는 상반기(5조9,608억원)보다는 2조원 가량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3조8,163억원)보다 무려 42.31%가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시설투자는 5,005억원으로 지난해(3,845억원)보다 1,16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국내 상장사들의 시설투자 규모는 14조4,317억원으로, 지난해의 19조175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이처럼 시설투자가 저조한 것은 경기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미치는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공격적 투자보다는 안정 쪽에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정도로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등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다시 부상하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핑크빛 선행지수와는 달리 현실을 반영하는 동행지수가 좋지 않은 만큼 국내 상장사들이 적극적인 시설투자보다는 안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얘기다. 다만 앞으로 중국이 올 4ㆍ4분기부터, 미국은 내년 1ㆍ4분기부터 경기가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대규모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를 휩쓸고 있는 한파가 온풍으로 바뀔 경우, 국내 상장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상장사들은 상당한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무작정 현금을 보유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가 있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 설비투자에 적극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1ㆍ4분기를 기점으로 국내는 물론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경기가 턴어라운드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 기업들이 시설투자와 고용에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안현덕 기자 alwa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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