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1조원 규모의 대학 등록금 무이자 대출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1학기당 1,000억원을 5년에 걸쳐 총 1조원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조의 발상은 참신했고 규모도 놀라웠다. 더욱이 이자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겠다는 노조의 자기희생이 어우러지면서 반향이 상당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희망은 실망으로 퇴색됐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 노조의 무이자 대출제도는 아무런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다. 대학생 지원을 표방한 은행권의 장밋빛 공약이 포퓰리즘의 나쁜 예로 전락한 셈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추진배경 및 추진방향은 이미 기자간담회에서도 제시됐다"며 "하나금융지주가 출연금만 내놓으면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지원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노조는 5년 동안 총 1조원을 마련해 대학생들에게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해준다. 직원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 40억원으로 1인당 부담금은 평균 50만원이며 나머지는 은행이 부담한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주사로 공을 돌리고 있지만 정작 하나금융지주는 본인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주의 반응은 오히려 어이없다는 쪽에 가깝다. 쉽게 말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전 노조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사안일 뿐 지주와 연관되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는 얘기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는 당시에도 사측과는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학자금 지원방안을 발표했는데 피인수를 피하기 위한 압박용 성격이 짙었던 게 사실"이라며 "외환은행 노조의 학자금 지원방안은 그냥 사라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외환은행 고위관계자는 "학자금 지원안 발표 이후 진척된 내용은 없다"며 "무산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노조와 별개로 학자금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시 절감한 비용 중 1,000억원 이상을 학자금 지원 부문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이는 외환은행 노조의 학자금 지원안과는 별개"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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