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할인이라고 해봐야 의류∙잡화 정도였는데 시계까지 나왔다는 것은 얼어붙은 소비시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죠."(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
침체된 내수 경기에 콧대 높은 명품 시계마저 백기를 들었다.
'할인 불가'를 내세우던 명품 시계가 백화점 명품 할인 행사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명품 시계마저 자존심을 꺾고 판촉 활동에 나서자 유통가에서 체감하는 소비심리가 훨씬 더 냉각돼 있는 듯한 분위기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17~19일 9층 행사장에서 진행하는 '에비뉴엘 해외패션 대전'에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보메 메르시에'를 내놓았다.
명품 시계가 할인 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준비 물량은 총 100개로 정상가(400만~500만원대) 대비 30% 할인 판매한다.
명품 시계 외에도 에트로∙발리∙멀버리 등 롯데백화점 본점 및 에비뉴엘에 입점한 해외 명품 브랜드 60개 이상의 제품들도 최대 70% 할인 판매한다.
이 행사는 오는 3월에 부산으로 옮겨 이어진다. 부산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과 롯데백화점 대구점 2개 지역에서 3월1~4일 해외패션 대전 행사를 동시 진행할 계획이다.
명품 시계마저 백화점 할인 판매전에 동참하게 된 것은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부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들의 매출은 지난해 1월에 비해 4.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 1월에는 설 연휴가 있어 선물 수요 등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한 것은 내수 경기가 상당히 침체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에서 전년 동기 대비 하락폭이 컸던 품목은 ▦여성정장(-16.5%) ▦가정용품(-11.0%) ▦여성캐주얼(-8.1%) ▦남성의류(-5.2%) ▦잡화(-5.1%) 등이다.
명품은 7.8% 신장했지만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최악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20% 이상 성장세를 구가하던 터라 한 자릿수 성장에 대한 충격파는 크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