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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은 ‘불도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밀어붙이기’식 경기부양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연 7%의 경제성장을 지속해 매년 새로운 일자리 6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당장 내년부터 달성하려 할 경우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 당선자의 성장지향적인 정책 노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성장률 7% 달성은 어디까지나 경제정책의 비전”이라며 “단기적인 성과를 노리기보다는 중장기적인 잠재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내년 경제운용 방향에 대해서도 당장 국민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구사하기보다는 규제완화ㆍ투자확대 등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경제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내년 경제운용 ‘고민’=이 당선자가 ‘7% 성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경제 여건은 날로 악화되다 보니 내년 경제운용계획을 잡아야 하는 재경부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세부 계획은 앞으로 구성될 인수위원회와 조율해 수립해야겠지만, “지금 상황 자체가 차기 정부가 내세우는 성장 코드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재경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대외 여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맞추려면 건설을 통한 경기부양이 주된 수단이 될 텐데 이 경우 경상적자 악화와 물가상승 등 감내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칫 경제가 집권 첫해에 ‘반짝’ 상승했다가 2~3년 이상 골병이 드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관심이 높은 고용창출에 관한 공약도 경제운용에 큰 부담요인이 될 전망이다. 참여정부가 최근 3년간 창출한 일자리는 연간 30만명에도 못 미친 실정. 갑자기 신규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리려면 그에 상응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을 내세우고 있지만 해외시장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선뜻 투자를 늘릴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008년에 대한 기대치는 낮춰야=이 같은 이유 때문에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내년부터 7%라는 고성장을 달성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 현재 대다수 경제예측기관이 내다보는 내년 경제성장률은 4.7~5.1% 수준. 여기에 차기 정부의 기업투자 활성화 효과 등 플러스 요인이 적용된다고 해도 5%대 중반을 넘어서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당선자 역시 후보 시절 “참여정부의 수습을 하는 데만 1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대통령이 되면 1년만 참아달라”는 말을 해왔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취임 첫해부터 성장률을 7%로 올리려고 무리수를 둘 경우 물가상승, 재정적자, 가계부채 확대, 부동산 버블 등 부작용이 터져나올 것”이라며 “내년은 5% 내외의 성장률에 만족하고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2%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도 “투자심리를 살리고 내수를 풀어간다면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어느 정도 모양을 잡아갈 것”이라며 “내년 경제가 6%에만 근접해도 충분히 공약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7%’ 수치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결국 차기 정부는 단기적으로 ‘7ㆍ4ㆍ7’이라는 숫자에 얽매이기보다는 지속적인 성장의 방향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성장률 7%, 1인당 소득 4만달러, 7위의 경제강국이라는 목표 자체가 10년 뒤를 내다본 것이기 때문에 한해 목표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선거 공약은 차기 정부의 비전이라고 보면 된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정부가 경제를 보는 눈”이라고 지적했다. 홍 상무는 “차기 정부의 성장지향적인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소비자와 기업 부담을 줄이고 내수를 촉진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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