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스크 등으로 최근 증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연기금은 사상 최장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 부진을 틈타 저평가된 우량주들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주가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 한 당분간 연기금의 매수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108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 11월10일 이후 25거래일 연속 매수세다. 이는 지난 2000년 1월14일부터 2월17일까지 24거래일 연속 이어진 기존 최장 순매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연기금은 이 기간 동안 1조6,261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모든 투자자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이며 증시 지지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2조6,825억원 어치를 팔아치운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도물량의 상당 부분을 받아낸 셈이다. 연기금은 특히 최근 장기 성장성이 좋거나 주가급락으로 저평가가 심한 기업들을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기금은 삼성전자 주식을 3,809억원 어치 사들였으며 그 다음으로 포스코(1,626억원), LG전자(1,581억원), OCI(786억원), 현대제철(738억원), 삼성전기(700억원), 두산중공업(558억원) 순으로 많이 매수했다. 반면 LG화학을 618억원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S-OIL(571억원), SK이노베이션(560억원), GS(197억원) 등 정유ㆍ화학주에 대해서는 대체로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최근 유럽 위기로 국내 주식이 싸진 틈을 타 성장성이 좋거나 주가가 크게 내려간 기업 위주로 장기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8~9월 폭락장 이후 주식가치가 감소하는 바람에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이 신규 투자를 촉진한 요인으로 평가됐다. 연기금 거래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 주식투자 비중 기준을 올해 18.0%에서 내년 19.3%로 1.3%포인트 확대하기로 지난달 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갑자기 크게 반등해 주식가치가 상승하지 않는 한 당분간 연기금의 저가매수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크게 반등하면 매수강도가 떨어질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할 것”이라며 “최근 연기금이 사는 종목들이 대체로 이익모멘텀이 양호하고 주가는 저평가된 기업들이란 점에서 장기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은 참고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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