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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환율 청신호 금융시장 “쾌청”
입력1997-06-11 00:00:00
수정
1997.06.11 00:00:00
김상석 기자
최근 금융시장이 이례적인 안정세를 구가하고 있다. 실세금리가 연 10∼11%대로 하락하고 환율이 수출경쟁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수준인 달러당 8백90원, 1백엔당 8백원선에 바짝 근접해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10일 일단 조정을 받기는 했지만 당분간 상승기조를 탈 것으로 예상돼 전반적인 금융시장 동향이 쾌청한 상태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금융기관 대출창구도 빠른 속도로 해빙돼 일부 한계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들이 자금난을 크게 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구조적으로 정착되는 것인지 아직 속단하기 어려우나 좋은 징조라는 데는 상당수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금융대란설이 일단 해소된 것이 무엇보다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시장의 흐름을 부문별로 점검한다.<편집자주>◎1달러 890원/100엔 791원/대일가격경쟁력 13% 상승/무역적자 축소위해 「고환율정책」 불가피
한동안 멈칫하던 엔화강세가 재연되면서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원화에 대해 달러화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 달러당 8백90원선의 환율이 2개월이상 지속되고 있다. 반면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1백엔당 8백원선에 바싹 다가서고 있다. 적어도 현재까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회복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10일 고시된 환율은 달러당 8백90원, 1백엔당 7백91원81전. 지난해말에 비해 대미달러환율은 5.1%, 대엔화환율은 8.2%나 오른 수준이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수출상품이라면 전년말에 비해 13%이상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특히 대엔화환율은 지난 95년 9월4일 7백92원92전이래 최고수준에 접근하고 있다.
지난달초부터 시작된 엔화강세는 지난달 22일 달러당 1백11.80엔을 정점으로 보름동안 1백16엔선까지 반등하며 한때 진정기미를 보였으나 9일부터 다시 1백11엔대로 폭등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일본이 경상수지 흑자확대로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데다 ▲미국은 성장률이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아 거꾸로 금리인상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같은 양국간 금리차가 환율하락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력한 환율예측기관들의 올 연말 엔·달러 환율 예측치도 최저 1백3엔에서 최고 1백15엔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초 상당수 전문기관들이 달러당 1백30엔까지 예측한 것에 비해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이처럼 국제환시에서는 엔화강세, 달러약세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원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여전히 강세다. 10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이날의 기준율인 달러당 8백90원을 넘어 8백91원선에서 강보합세였다.
상당수 외환시장 관계자들이 『무역적자 축소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등에 따라 달러공급이 넘치고 있는데다 국제시장에서 달러약세가 두드러짐에 따라 원·달러환율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강력한 개입의지때문인지 이 예측은 크게 빗나가고 있다.
지난 3월27일 8백89원50전을 기록한 이후 무려 74일동안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8백90원선에서 극히 미세하게 움직이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외환당국이 8백90원선에서 안정적으로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당국은 우리 제품의 대일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당 8백90원, 1백엔당 8백원」의 고환율정책을 당분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환율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게 퍼져있어 이같은 추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4월이후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이달들어 무역적자 감소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현재 달러 수급상 환율이 하락(평가절상)할 여지가 많다』면서도 『외환당국의 개입의지가 워낙 확고해 당분간 현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손동영>
◎회사채 11.42%/콜금리 10.77%/실세금리 1년내 최저수준/한은 「긴축」 선회않는한 하향안정세 지속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 혹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는데도 시장 실세금리는 두드러지게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10일 3년만기 회사채수익률은 전일보다는 약간 상승, 연 11.42%를 기록했으나 지난 달말에 비해 0.48%포인트나 떨어졌고 1일물 콜금리도 연 10.77%로 마감, 장단기금리가 1년래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실세금리가 이처럼 가파르게 하락한 것은 1차적으로 자금 및 채권시장의 수급여건이 이례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현저히 줄었고 일부 기업은 오히려 자금이 남아도는 실정이다. 이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견 혹은 중소기업은 여전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시장실세금리는 대표적인 우량기업의 자금상황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14개 시중은행의 기업에 대한 당좌대출 한도소진율을 보면 지난 2월 26.4%를 기록한 이후 3월들어 28.9%까지 높아졌다가 4월에는 28.0%, 5월에 25.4%로 계속 낮아졌고 이달들어 지난 5일 현재 23.6%까지 떨어졌다.
또 기업들의 원화자금사정이 좋아진 것은 올초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이 가파른 절하추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이 환차익을 노려 은행에 외화로 예치해 놓았던 거주자 외화예금을 원화로 대량 환전했기 때문이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해 말의 14억9천만달러에서 지난 3월말 43억9천만달러까지 늘었다가 4월말에는 33억달러, 지난달말에는 23억달러로 대폭 줄었다. 지난 3월말에 비해 약 20억달러(1조7천억원) 가량이 원화형태로 기업에 흘러들어간 것이다.
반면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을 극히 보수적으로 운용함에 따라 여유자금이 자금 및 채권시장에 흘러들고 있다. 만성적인 자금 차입기관이었던 종금사가 콜차입 규모를 줄인 반면 콜론 운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전체 콜차입 규모에서 종금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27.8%였으나 지난달에는 21.3%로 낮아진 반면 콜운용 비중은 5.8%에서 6.8%로 높아졌다.
자금 및 채권시장에서 주된 자금운용처인 은행신탁과 투신의 수신이 지난달부터 큰 폭으로 늘어난 것도 시장 실세금리의 하락에 기여했다. 은행 금전신탁의 경우 특정금전신탁 수탁액의 큰 폭 증가에 힘입어 전월의 8천9백13억원 증가에서 지난달에는 두배이상인 1조9천8백51억원이나 증가했고 이달 들어서도 지난 5일까지 3천3백14억원이 추가로 늘었다. 투신의 공사채형 수익증권 수신도 4월에는 1조5백67억원이 빠져나갔으나 5월중 1조5백55억원이 늘었고 이달들어 지난 5일까지 6천3백85억원이나 증가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일단 회사채수익률의 급락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금리하락폭이 워낙 커 일부 기관들이 차익매물을 내놓을 공산이 크고 회사채수익률이 연 11%선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매수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회사채수익률 11.4∼11.5%선에서 숨고르기 과정을 거친후 추가 하락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기관들의 자금조달비용을 감안할 때 회사채수익률이 이달중 10%대로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다만 한국은행이 긴축적인 통화관리로 선회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자금 및 채권시장에 별다른 악재가 없어 시장 실세금리의 하향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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