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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예술, 뜨거운 입맞춤
입력2002-06-03 00:00:00
수정
2002.06.03 00:00:00
'미술로 본 월드컵' 4~16일 갤러리 현대서"축구선수의 목적은 골을 넣는 것이다. 화가도 한 점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선 마찬가지다. 축구선수는 직사각형의 틀 안에 슛을 쏘고,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프랑스아 드바이유의 말이다.
월드컵이 한 세기 동안 발전을 거듭하면서 축구는 이제 축구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축구는 이제 더 이상 스포츠의 차원에서만 논의될 수 없는 문화적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축구를 주제로 한 소설이 출판되고, 축구 지도자들의 지도이론이 분석되고, 축구와 주가의 상관 관계가 논의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현상을 방증하는 사례이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02~734-6111)에서 4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미술로 보는 월드컵'은 미술의 시선에서 축구와 월드컵을 바라보는 자리이다.
1998년 월드컵대회 우승국인 프랑스의 축구를 사람들은 '예술축구'라고 부른다. 그들의 신출귀몰한 개인기와 자로 잰 듯 정확한 팀워크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화가 신성희씨는 '예술축구'가 프랑스 월드컵 직전에 열린 미술전시회에서 연유한다고 들려준다.
파리의 앙리코 나바라 화랑이 개최한 '몽디알(Mondial, 세계) 80명의 아티스트'전에서 그 말이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갤러리 현대에서 앙리코 나바라와 공동으로 기획한 '미술로 보는 월드컵'전에는 19개국 작가 70명이 출품한다.
이번 기획전 역시 축구를 주제로 한 시각적 즐거움을 다양하게 안겨준다. 장르는 회화에서 설치까지 다양하다. 스포츠인 축구를 문화 영역으로 끌어들여 바라보자는 것이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누보 레알리슴의 아르망(프랑스), 신구상계열의 산드로 키아(이탈리아) 등 참여작가의 명성은 세계적으로 자자하다.
리우 다홍 등 중국작가도 세 명이 출품하며 김창열, 이종상, 신성희씨는 1998년 프랑스 전시에 이어 이번에도 작품을 낸다.
백남준의 '무제'는 TV모니터 10대와 원색의 축구공 10개를 둥글게 설치한 작품이다. 이 원형은 축구공, 지구, 인간의 얼굴을 나타낸다.
모니터에서는 축구중계같은 이미지가 쏟아져 나온다. 아르망의 오브제 작품 '사치, 분노, 쾌락'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짜인 격자구조 틀에 15개의 공을 넣은 형태로 그 의미는 제목처럼 복합적이다.
패션 디자이너 지해씨는 올해 파리 오트 쿠튀르 패션쇼에 출품했던 '폴로우 미(Follow Me)'를 다시 내놓는다.
축구공을 구성하는 5각과 6각의 조각 형태를 파란색 실크 위에 문양화한 것. 아이슬란드의 에로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배경으로 슛을 하는 축구선수의 역동적 모습을 담은 구상화 '발드마른을 위한 월드컵'을 소개한다.
축구 마니아인 김창열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물방울 그림을 축구공으로 치환한 '월드컵 축구'를 출품할 예정.
리우 다홍은 혁명을 부르짖는 시위대와 골대로 슛을 날리는 축구선수의 모습을 중첩시킨 '혁명의 공'을 내놓는다. 이번 전시는 조선일보 미술관에서도 일부 작품이 선보인다.
전시 개막일인 4일 오후 2시에는 갤러리 현대에서 서울 교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모래로 그리는 축구' 행사가 진행된다.
축구선수 복장의 퍼포머 3명이 모래를 바닥에 뿌려 어린이들과 함께 축구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관람료 일반 5,000원, 학생 3,000원. (02)734-6111.
이용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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