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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한순간에 역전

제7보(136~161)

승부사에게 있어서 낙관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낙관은 승부혼을 잠들게 한다. 묘수가 있는 자리에 가도 수를 보지 못하게 한다. 이만하면 됐겠지 하고 얼버무리게 한다. 변화보다는 고착을, 출렁거림보다는 안돈을 도모하게 한다. 백이 많이 이겨 있던 바둑이 이제는 계가권이다. 백이 36으로 중앙을 보강했을 때 검토실의 김인9단은 흑이 2집이나 3집은 아무래도 모자란다고 말하고 있었다. 흑이 많이 추격은 했지만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던 것이다. 사건은 그 후에 일어났다. 왕밍완이 당연한 선수인 줄로만 믿고 48로 두었을 때 박영훈은 과감히 손을 돌려 흑49로 백의 응수를 물었다. 한참 망설이던 왕밍완은 50으로 받았고 그 순간 바둑은 뒤집혔다. 백48로는 참고도의 백1 이하 5로 맛좋게 흑 2점을 잡아두었어야 했다. 실전보의 흑49는 그 큰 수를 선수로 방지하는 멋진 수순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이겨 있겠지 하는 얼굴로 끝내기를 해나가던 왕밍완. 한순간 자세히 계가를 해보더니 고개를 홰홰 저었다. 놀랍게도 흑이 반면 10집을 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탄식을 거듭하던 그는 돌을 던졌다. 실전은 209수까지 진행되었으나 여기서는 종반 수순을 생략한다. 161수 이하줄임 흑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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