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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1>주식도 저축이다
입력2004-08-01 16:47:28
수정
2004.08.01 16:47:28
정부 '증시 마인드'부터 바꿔라…'기업 자금줄'보다 '투기시장' 인식 강해 "붕괴위기"<br>잇단경고에도 땜질처방 급급…비과세상품 허용도 소극 은행과 차별
[자본시장을 바로 세우자] 주식도 저축이다
정부 '증시 마인드'부터 바꿔라…'기업 자금줄'보다 '투기시장' 인식 강해 "붕괴위기"잇단경고에도 땜질처방 급급…비과세상품 허용도 소극 은행과 차별
자본시장 바로 세우자
"5년후 생존 증권사 10곳 미만" 58%
“좋은 기업에 장기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너무 출렁거려서 재산을 맡겨놓기엔 불안합니다.”(김수원씨ㆍ47ㆍ남)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씨는 10년이 넘게 주식투자를 해왔던 속칭 ‘개미’투자자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 98년 ‘벤처 대박’이 열기를 뿜을 때 ‘주(株)테크’를 통해 갑부의 꿈을 꾸기도 했던 주식메니아다. 지난 7월초 그는 3,000만원 가량을 운용하던 주식투자자금을 전부 빼내 원금 보존형 금융상품으로 옮겼다. 주식투자를 시작한지 정확하게 13년2개월만이다.
“(주식에 투자했던 기간동안)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온갖 세제혜택을 부여하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하지만 그 때뿐입니다. 상황이 바뀌면 정부는 항상 ‘나 몰라라’는 자세였습니다. 말로는 자본시장의 핵심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투전판을 열어놓고 꼬박꼬박 세금만 떼어먹는 것 아니었습니까.”
“비과세 주식저축상품은 조세형평성의 문제가 있어서 당장은 시행하기가 어렵다. 다만 장기적으로 검토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지난 7월28일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황건호 증권업협회장과 애널리스트 17명을 대상으로 ‘경제살리기 경제주체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천 원내대표의 말에는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당ㆍ정의 시각이 오롯이 담겨있다.
당ㆍ정이 이처럼 한가하게 원칙론을 내세우는 동안 서울 증시에선 개인투자자 김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개미군단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7월 한달간 주식거래대금은 하루평균 1조6,000억원 정도에 그쳤다. 특히 지난 7월26일엔 1조2,262억원으로 떨어질 정도로 투자 주체들의 움직임이나 관심이 줄어들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서울증시의 모습을 한마디로 ‘자본시장 공동화’라고 표현한다.
◇“자본시장 세금농사 대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식, 채권 등 자본시장은 ‘세금사냥’의 대상이 아니라 ‘세금농사’의 대상이란 점을 한시捉?빨리 깨달아라”고 조언했다.
이들의 조언 속에는 정부가 은행권에는 저축성 상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면서도, 지난 수십년간 자본시장 투자에 대해서는 ‘시장 붕괴 위기’라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는 한 꿈적도 하지 않았다는 경험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와 관련, “주식 투자란 단기간의 투자수익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에 장기간 투자함으로써 주주로서 역할과 투자이익을 동시에 얻는 작업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며 “(자본시장에 대한) 세금정책 역시 단기에 세수를 거두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시장을 육성시키면서 자연스럽게 1차, 2차 과정을 통해 확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도 투기적 자세가 아닌 투자 본연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지만, 무엇보다도 정부가 이 같은 풍토를 유도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말이다.
2004년 8월 현재까지도 서울 증시는 투자차익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 부장의 지적은 매우 교과서적이다. 하지만 실타레처럼 얽힌 문제는 기본을 다시 살필 때 해법이 보이기 마련이다.
◇‘정부 마인드를 바꿔라’=천정배 원내대표뿐 아니라 현재 당ㆍ정은 주식 및 채권시장이 계륵 같은 존재다.
기업 자금줄을 확보해주려면 자본시장을 튼튼히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기본 인식은 투기적 시장’으로 바라보는 곳에다 세제 혜택까지 부여하기엔 껄끄럽다. 재정경제부 역시 비과세 혜택 상품에 대해서는 “조세관리 차원이나, 세금부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주식시장 관리를 하기는 해야 하는데 주식투자 행위에 대해 수혜를 주기는 곤란하다’는 자세다.
유시왕 삼성증권 고문은 이에 대해 “산업자본을 직접 조달할 수 있는 핵심인 주식시장이 공동화하는 것은 곧 바로 산업의 공동화로 직결된다”며 “(지금 서울증시에선)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미 주요 주식을 매수할 만큼 매수했고, 기관들은 투자여력이 없다. 개인들마저 주식시장을 외면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위기가 아니라 산업기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자본시장 현장에 있는 증권ㆍ투신사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비과세 장기주식투자상품 허용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기업 연기금 조기시행 등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질 때 시장이 제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지금 엄청난 중병을 앓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8-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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