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에 10억원 이상을 맡기는 초우량고객(VVIP)의 자산이 1년새 10조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럽위기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고객들의 자산이 쪼그라든 때문이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로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VVIP 고객들은 여전히 관망 중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4곳에 10억원 이상을 맡긴 거액자산가는 지난해 1월말 1만4,092명에서 12월말 1만2,352명으로 12.35% 급감했다. 자산규모는 105조6,394억원에서 94조8,455억원으로 10조7,939억원(10.22%) 줄었다.
VVIP 고객 수는 지난해 상반기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영업에 나서면서 급격히 증가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유럽위기로 주가가 급락하자 증시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6월 34조1,028억원까지 불었던 VVIP 고객자산이 12월에는 27조3,755억원으로 무려 19.7%나 빠졌다. 또 다른 증권사는 중점관리 대상인 10억원 이상 거액자산고객 수가 지난해 6월 5,580명을 기록했지만 12월에는 4,730명으로 15.23% 감소했다.
VVIP 규모가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일차적으로 지난해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며 고객 자산의 평가금액이 그만큼 줄어든 때문이다. 하지만 신규 VVIP고객 유치가 원활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고객까지 은행 등 다른 금융권으로 빠져나가 더욱 가파른 속도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A증권사 자산관리부서 관계자는 "지난해 4~5월까지만 해도 주식시장 활황으로 VVIP고객 유치가 매우 활발했지만, 8월 유럽위기가 터지면서 주춤하더니, 지금은 신규자금 유입이 아예 씨가 말랐다"며 "기존 고객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져 확정금리형 상품이나 채권에만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VVIP고객들은 글로벌 경제회복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는 2~3월까지는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분위기가 짙다. B증권사 PB지점 관계자는 "투자가 물린 고객은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중이고, 환매 고객들은 아예 은행으로 자금을 돌리거나 최근 강세장에 올라타 대형주 단타로 수익률을 일부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되자 올해 VVIP영업을 주력분야로 내세웠던 증권사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C증권사 PB지점 관계자는 "최근 주가상승은 삼성전자 등 소수 종목에만 해당돼 대부분의 고객은 오히려 소외감이 커진 상태"라며 "시장이 안 좋을수록 PB 영업점 간의 실력 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여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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