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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이자로 중·장기 국채 돌려막기 가능… 국회 통과가 변수

■ 단기국채 발행 입법 다시 추진<br>국채 발행 승인 요건 총액서 순증액으로 고쳐<br>국회 통제없이 발행… 재정 건전성 개선 기대<br>2008년에도 법사위 제동… 입법화 쉽진 않을 듯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가급적 빨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류효진기자


정부가 4년여 만에 국가재정법 20조를 고쳐 단기 국채 발행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은 과도한 국가 부채에 따른 이자부담을 줄여보자는 차원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을 푸느라 부득이하게 나랏빚을 급격히 늘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 위해 발행했던 적자국채는 모두 중기ㆍ장기 국채인데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로 단기국채를 발행해 기존의 중장기 국채 발행분을 차환(돌려 막기)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자부담이 한결 줄어 국민의 혈세를 아낄 수 있고 국가재정 건전성도 개선된다.

◇현행 법으로는 단기국채 발행 난망=물론 현재로도 단기 국채 발행을 특별히 금지하는 법령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재정법이 20조 등을 통해 국채 발행 총액한도를 미리 국회로부터 승인 받도록 하고 있어 정부는 단기 국채를 발행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기존의 중장기 국채 중 상환 만기 도래분을 차환하기 위해 단기 국채를 추가로 발행할 경우 국채 발행 총액이 크게 늘어 국회에서 승인 받은 총액 한도를 넘어 설 수 있는 탓이다.

물론 정치권도 이를 감안해 지난 18대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20조를 다소 완화해주기는 했다. 기존 국채를 차환하는 용도일 경우에는 국채 발행 총액한도를 일부 초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공적자금관리기금의 20%를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현행 공적자금관리기금법상의 제약 때문이다. 아울러 초과 발행시에는 미리 국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국회가 휴회 중일 경우에는 정부가 차환용 단기국채를 발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20조가 정하고 있는 국회 승인 요건을 '국채 발행 총액'이 아니라 '국채 발행 순증액'으로 고치려 하고 있다. 단기 국채를 발행하면 국채 발행 총액이 늘어나더라도 해당 단기 국채로 기존 채권을 돌려 막는 것이므로 국채발행 순증액은 늘지 않는다. 정부로서는 일일이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도 적기에 단기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국회 통과 변수는=재정부가 내부 협의를 거쳐 법안 마련에 나설 때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위헌 논란이다. 재정부는 지난 2008년 11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재정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막판에 법제사법심사위원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헌법 54조와 58조 등의 취지와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에 가로 막힌 것이다.



현행 헌법은 정부가 국채를 모집하거나 국가에 부담을 지우는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반드시 국회의 의결을 얻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재정법 20조를 개정해 차환용 단기국채를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마음대로 발행하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당시 법사위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학계와 금융계에서도 거세다. 차환용 단기국채는 국가의 부담을 지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헌법 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아울러 단기 국채 발행이 차환은 나랏빚을 순증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게 재정부의 해명. 더구나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제 자금조달 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적기에 값싼 자금으로 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물론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자칫 단기국채 발행이 해외 투기자금을 한층 더 끌어들여 금융시장과 외환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가장 큰손은 정부며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이라며 "단기 국채 시장에 핫머니가 일부 유입될 수 있지만 충분히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기 국채 발행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은과 조율이 선행돼야=다만 정부가 국회 법안 제출 이전에 먼저 조율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내부 협의를 마무리하는 일이다. 이번 입법은 국고국이 검토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국가재정법을 총괄하는 예산실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예산실은 입법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정부의 국가재정법 개정에 편승해 정치권이 누더기 법 개정을 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국회 공시자료를 분석해보니 18대 국회에서 국회에 제출된 국가재정법은 무려 158건에 이른다. 이중 통과된 것은 불과 8건이다.

재정부 내부협의가 마무리 되면 한국은행과의 조율도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양도성예금증서(CD)를 대체할 단기금리 지표물로 단기 국채(재정부 소관)와 통화안정채권(한은 소관)이 거론되는 탓이다. 이에 대해 양측은 지난해 하반기 잠정적인 합의를 이룬 상태다. 만약 통안채 육성이 어렵다면 단기국채를 발행하자는 것. 따라서 이 부분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조율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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