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발의 주역들 "헌재결정 존중"… 그래도 "옳았다"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했던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전 대표와 홍사덕(洪思德) 전 원내총무,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전 대표와 유용태(劉容泰) 전 원내대표 등 4인은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에 대해 헌재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탄핵소추가 옳았다는 소신을 굽히지는 않았으며 특히 헌재가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기각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유감의 뜻을밝히기도 했다.

최병렬 전 대표는 이날 외부와의 연락은 일체 끊은 채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헌법재판소 판결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존중되는 것이 옳다"며 수용의 뜻을 밝혔다.

최 전 대표는 "그러나 헌재가 스스로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위반을 인정하면서도그런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직에 복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해 "노 대통령은 심기일전해 경제살리기에 진력해 주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전 원내총무는 헌재 결정이 예정된 이날 외부인사들과연락을 끊고 홀로 산행에 나섰다.

홍 전 총무는 최근 서울 동대문에 개인사무실을 내고 조용하게 대외활동을 준비중이다.

조순형 전 대표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지만 탄핵소추가 정당했다는 `소신'은 바꾸지 않았다.

헌재결정을 TV 생중계로 지켜본 조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헌재가탄핵을 인용하진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한 만큼 이번 탄핵심판은 후대의 법치주의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탄핵소추에 찬성한 의원의 한사람으로서 탄핵소추의 시대적 정당성과 확신은 변함이 없고, 역사가올바르게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는 또 "노 대통령은 취임당시의 초심을 회복하고 심기일전해 새출발하길 바란다"며 "노 대통령은 헌정사상 초유로 탄핵소추대상이 된 근본원인에 대해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고, 남은 임기 4년은 잃어버린 지난 1년의 반복이 돼선안된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헌재가 소수 의견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재가 스스로 헌법수호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신뢰성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재판관들이 역사의식과 소명감을 가지고 각자 의견을 밝혀 국민을 납득시켜야한다"며 "헌재의 소수의견은 후대 대통령에게 헌정질서 문란과 법치주의 훼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역사적 문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좌진들에게 "밖에서 일을 찾아보라"며 정계에서 은퇴할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던 조 전 대표는 최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가라는 지인들의 꾸준한 권유에 아직 정계 은퇴 의사를 굳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소추의 또다른 주역인 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전 원내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내결속 행사에 불참하는등 외부와 연락을 끊었다.

유 전 대표는 최근 개인 사무실을 열었지만 정치에서는 완전히 은퇴했다는 뜻을지인들에게 여러차례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고일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