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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 갈곳이 없다

해남 갈두리 땅끝마을, 끝과 시작의 공간시간이 멈춘 듯하다. 땅 끝이다. 아무도 없다. 오직 아득한 바다와 마주 서 있다. 해질녘 태양도 수평선에 걸려 멈췄다.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저녁 해풍도, 해풍에 흔들리던 나뭇가지의 움직임도 모두 정지됐다. 땅 끝. 더 이상 나갈 곳이 없다. 더 이상 상념도 없다. 잠시나마 무념에 빠졌다. 수평선 턱 끝을 반복히 오르내리던 태양이 급기야 바다 속에 잠겼다. 바다도 하늘도 온통 붉게 물들더니 이내 어둠이 땅끝을 삼켰다. 담배 한 대 물고 뒤로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장난스런 생각이 들었다. "땅끝에서 돌아서니 이제 처음이네." 다시 시 한 수가 떠올랐다. 김지하의 연작시 '그 소, 애린 50'이다. "땅 끝에 서서/ 더는 갈 곳 없는 땅 끝에 서서/ 돌아갈 수 없는 막바지/ 새 되어서 날거나/ 고기 되어서 숨거나/ 바람이거나 구름이거나 귀신이거나간에/ 변하지 않고는 도리없는 땅 끝에/ 혼자 서서 부르는/ 불러/ 내 속에서 차츰 크게 열리어/ 저 바다만큼/ 저 하늘만큼 열리다/ 이내 작은 한 덩이 검은 돌에 빛나는/ 한 오리 햇빛/ 애린/ 나."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땅끝마을. 한반도의 육지부 최남단인 이 곳은 이처럼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곳이다. 땅끝마을이 관광지로 개발된 것은 1986년부터. 당시 국토의 최남단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아름다움 감상할 수 있도록 전망대를 세우고 옛 봉화대를 복원하면서 이 곳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 땅끝이라는 말이 주는 독특한 느낌과 함께 맴섬사이로 떠오르는 일출, 땅끝 탑에서의 일몰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사자봉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전망대에 오르는 길은 황토방 민박집 옆으로 난 언덕길에서 시작된다. 산중턱에 작은 주차장이 있으며, 이곳에서 5분만 걸으면 사자봉 전망대에 닿을 수 있다. 복원된 옛 봉화대에 올라서면 진도를 비롯, 어룡도, 백일도, 흑일도, 조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는 오후 5시까지만 개방을 하기 때문에 이곳에 가려면 개장시간에 주의를 해야 한다. 전망대에서 맑은 날에는 한라산까지 볼 수 있어 사자봉에는 망탐봉(望耽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진정한 땅끝은 전망대에서 다시 남동쪽 아래로 난 길로 400m쯤 더 내려가야 한다.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면 갯바위에 파도가 철썩이는 해안가 둔덕에 삼각형 첨탑인 땅끝탑이 서 있다. 이 곳 땅끝의 위도는 북위 34도17분22초. 땅끝 탑 구경 후에는 전망대쪽으로 되돌아오르지 않고, 사자봉 북쪽 기슭을 따라 포구쪽으로 걸어나갈 수도 있다. <여행메모> ◇교통=<도로>서울~광주(광산I.C)~나주~영암~강진~해남방면 18번국도(6km)~벌골 석문교앞 813지방도~남창~해남방면 13번국도(20km)~1번군도 우회전(13km)~송지면 소재지(7km)~송호리해수욕장(1.4km)~땅끝마을 주차장<대중교통>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02-521-8550)에서 서울~해남터미널(061-534-0881) 버스(5시간30분 소요)를 타고, 해남터미널 앞에서 땅끝마을까지 가는 해남교통(061- 533-8826) 군내버스(50분 소요)를 탄다. ◇숙박= 땅끝푸른모텔(061-534-6677), 땅끝여관(061-533-4291)을 비롯해 민박집이 다수 있다. 1박 2만5,000원 안팎. ◇문의= 해남군청 문화관광과 (061)530-5227, 해남군 땅끝관리실 533-9324, 530-5544 <사진설명>땅끝탑 아래서 바라본 일몰. 남해 바다가 온통 붉게 물들어 있다. 해남=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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