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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다 건너면 꿈결같은 산책로가
입력2001-06-07 00:00:00
수정
2001.06.07 00:00:00
'죽도' 해안절별 산책로 비경 연출울릉도 도동항 뒷산에 오르면 한 눈에 건너다 보이는 죽도는 바다 위에 봉긋 솟아있다. 바다의 물안개 너머로 가뭇거리는 섬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꿈틀대는 듯하다. 화산이 빚어낸 섬의 형상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신비롭다.
멀리서 애끓던 호기심이 섬에 오르자 감탄으로 변했다. 도동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20분을 달려 닿은 죽도 깎아지른 절벽에 설치된 364개의 계단을 오르니 드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다. 오른쪽으론 광활한 더덕밭, 그 너머로 유채꽃밭이 새색시의 차렵이불처럼 곱다.
매표소를 지나 왼쪽길로 들어서니 흰색 건물이 한 채 있다. 50여평 실내는 음식 기다리는 사람으로 빼곡하다. 울릉도 사람들이 꼭 먹어보라던 더덕백숙집(054-791-0304)이다.
한마리 4만원, 가격만 알아보고 배 시간에 쫓겨 맛은 못봤다.
대신 이 집 사장 김길철씨를 잠시 만났다. 김 사장은 죽도의 산 증인. 죽도의 내력을 묻자 좋은 인상으로 웃을뿐 말을 아꼈다.
옆에 있던 직원이 거든다. "30여년 전 이 섬은 무인도였어요. 사장님이 혼자 이 섬에 쪽배를 타고 오가며 꽃도 심고 농장도 일구었죠." 지금도 김 사장은 죽도에서 더덕밭과 유채밭을 가꾸고, 약초를 먹여 소도 기른다.
죽도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단연 섬을 에둘러 있는 산책로이다. 해안절벽을 따라 걷다보면 동해의 시원한 해풍이 땀을 식혀준다.
해안 산책로는 어디서나 기막힌 절경을 선사한다. 바다 건너로 울릉도 해안선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죽도와 쌍둥이처럼 닮은 관음도도 마주 선다. 수 백길 낭떠러지로 굽어보는 동해의 수 천미터 심해는 볼수록 청정하다.
아무런 시야의 간섭이 없다. 지나온 김 사장의 집과 해안절벽의 목책, 한 두 개의 누각만 있을 뿐 이 섬에는 인공적인 것이 드물다. 그래서 걷는 기쁨이 배가된다.
해안 산책길을 지나면 소나무 숲, 동백 숲이 여행객을 반긴다. 느린 걸음으로 40여분 걸었을까. 빽빽한 대나무 숲이다. 이 섬에 죽도 또는 댓섬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다.
대나무 숲은 큰 바람 앞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외딴 섬의 방풍림 노릇을 톡톡히 한다. 대나무 숲을 지나면 순환 산책로가 끝난다.
유채밭에는 죽도를 떠나기 아쉬운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가족이 둘러앉아 오후의 한가함을 즐기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런 모습들을 뒤로 한채 총총걸음으로 유람선 고동소리의 재촉에 죽도 산책을 아쉽게 접었다.
죽도는 면적이 6만3,000평으로 울릉도에 딸린 섬 중 가장 크며, 현재 김길철씨 일가 1가구만 거주하고 있다. 도동항서 죽도까지 하루 5차례 유람선이 운행한다.
편도 20분, 왕복요금 5,000원. 유람선 문의는 죽도관광88동백호(054-791-0150). 죽도 입장료는 1,200원이다.
■ 울릉도 호박엿
울릉도 하면 호박엿이요, 호박엿 하면 울릉도를 곧바로 떠오른다. 울릉도와 호박엿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울릉도에 호박이 귀하던 시절, 육지로 시집 간 딸 내외가 찾아온다는 전갈을 받은 한 할머니가 사위에게 호박죽을 끓여 주려고 어렵사리 호박을 구해두었다고 한다.
요즘도 툭 하면 풍랑으로 배가 결항이 잦은데 당시는 오죽했겠는가. 기다리던 사위는 감감무소식이다. 속이 탄 이 장모님 행여 귀한 호박죽이 상할까 끓이고 또 끓였다.
수 십일이나 늦게 도착한 딸 내외에게 겸연쩍게 호박죽을 넌지시 내놓았는데, 맛이 형편없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호박죽은 꿀처럼 달콤한 호박엿이 돼 있더라는 것이다. 그 날 할머니는 딸 내외와 호박죽처럼 달콤한 한 때를 보냈다.
이상은 울릉도의 대표적인 호박엿 제조업체인 울릉둥글호박엿(대표 한상환)을 16년 전 창업, 지금까지 꾸려온 정봉순씨(61)의 이야기다. 정씨는 한 사장의 어머니이다.
"그 때만 해도 울릉도에는 호박조차 흔치 않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육지의 마을 구석구석을 가위를 쩔꺽거리며 다니던 엿장수들이 파는 호박엿에는 마치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있지 않듯 호박이 들어있지 않다고 정씨는 말한다.
"호박엿에 얽힌 옛 내력을 들으면서 진짜 호박엿을 만들고 싶었죠." 정씨는 26세부터 제과점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수 년간의 노력 끝에 호박이 60%나 함유된 호박엿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호박엿에는 호박 60%, 옥수수엿 38%, 한천 0.5%, 짐금 1.5%가 들어있다.
현재 이 회사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우체국(www.epost.com)을 통해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사탕모양의 호박엿, 판엿, 호박원액, 옥수수물엿 등이다. (054)791- 2406
■ 울릉도 여행메모
◇여행상품= ▦대아여행사(www.dae-atour.co.kr)= 2박3일 패키지 매일출발, 성인봉 등반은 선택사항. 묵호 19만9,000원~21만5,000원, 포항 24만2,000원~25만8,000원 (02)514-6766 ▦미사연산악회(www.misayeon.pe.kr)= 6월 8~10일, 21~23일, 7월 15~17일.
산악회인 만큼 성인봉 산행이 정규일정으로 잡혀있다. 18만원 (02)592-5334
◇여객선 운항= 포항ㆍ묵호~울릉 1일 1회 운항, 요금은 포항~울릉 49,000원, 묵호~울릉 34,000원. 여름 성수기 기간은 속초ㆍ후포항에서도 운항하며 필히 사전예약을 해야한다.
매주 토요일 포항으로 복항하는 여객선은 독도를 한바퀴 돈 뒤 포항으로 향한다. 추가요금은 1만원. 문의 대아고속해운 서울(02-514-6766), 포항(054-242- 5111~3), 묵호(033-531-5891), 울릉(054-791-0801~3).
◇해상관광= 도동항에서 1일 2회 운항하는 섬일주관광 유람선(054-791-4468)이용, 2시간 소요(성수기 선편 증편됨)
◇육로드라이브= 도동~사동~남양~구암~태하~현포~천부~나리분지(코란도택시 이용, 왕복 4- 5시간 소요, 1차당 8만원선, 문의 울릉택시 사무실(054-791-2179), 개인 택시사무실(054-791-2315)
◇약소불고기= 한약재로 쓰이는 자생식물들과 암반에서 솟아나는 천연 약수를 먹고 자란 울릉도 쇠고기를 쓰기 때문에 육질이 연하고 맛이 담백하다.
울릉숯불갈비(054-791- 5970)에서는 1인분(200g)을 1만2,000원에 내놓는다. 이 집 지정덕 사장의 안주인이 직접 담근 명이김치에 싸 먹는 약소불고기. 먹어봐야 맛을 안다.
◇숙박= 도동항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울릉비취호텔(054-791-2335)는 노래방에 식당까지 갖추고 있는 장급 여관으로 1일 숙박 2만5,000원. 인근에 2~3만원대 여관과 민박시설이 많다.
◇해수온천사우나= 도동항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수심 3,000미터의 깨끗한 바닷물을 끌어다 쓰는 해소온천에 몸을 담그면 여독이 풀린다.
입욕료 3,500원. (054)791-5533
◇오징어직판점= 영광직판장(054-791-5757)에서는 오징어를 비롯, 더억ㆍ호박엿ㆍ산나물 등 울릉도 특산물들을 판매한다. 이들 품목들은 우체국 택배요금(4,000원~8,000원)만 받고 도매가격으로 우편판매도 한다.
◇도동항 산책로= 도동항을 중심으로 양편에 해안산책로가 운치있다. 바다를 지척에서 느끼며 걷는 낭만은 울릉도 여행에서 빼놓을수 없는 기쁨이다. 산책로 중간에는 간이 주점 해변카페 휴게소(054-791-7989)가 있다. 울릉도 민간 해양구조대장 최대식씨가 운영하는 노천카페에서는 멍게ㆍ해삼 등을 맛볼수 있다.
◇문의= 울릉군청 문화관광과 054-790-6393
울릉군=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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