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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초가격파괴 현장)
입력1997-07-09 00:00:00
수정
1997.07.09 00:00:00
민병호 기자
◎「27원인하」 업계 연손실 3,000억원/세금·운임 등 뺀 ℓ당 통제가능원가 120원뿐/대형업체 타격속 경유·등유시장 확전 전망「업계엔 경쟁을 통한 구조재편을, 소비자에게는 이익을」
개방화·자유화의 긍정적인 효과다. 이것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은 휘발유시장이다. 올들어 국내 휘발유시장은 말그대로 「가격파괴」의 전쟁터다.
지난 1월 업계 3위인 쌍룡정유가 ℓ당 9원씩을 인하, 경쟁의 포문을 연 뒤 지난 5월 점유율 1, 2위 업체인 (주)유공과 LG칼텍스정유가 가세할 때만 해도 『가격싸움을 하는 구나』정도였다. 그러다 이달들어 유공이 종전의 8백15원에서 8백9원으로 내리며 선제공격을 하자 현대는 8백2원, 쌍용은 8백3원으로 응수하고 나서면서 일대 혼전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따라 이달들어 정유5사의 휘발유가격은 ℓ당 8백2∼8백3원을 형성하게 됐다. 이는 석유가격 연동제 공식에 의해 이달의 가격인 리터당 8백29원인 점을 감안하면 26∼27원이 낮은 것이다. 그야말로 파괴며, 전쟁이다.
소비자가격이 8백원대인 상황에서 26∼27원이 어떻게 「파격적」이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27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정유업체에서 1원의 가치는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크다. 타제품과 달리 제품원가를 기업들이 조정할 힘이 거의 없기 때문.
우선 휘발유가격의 구조를 보자. 8백3원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의 69.3%인 5백56.4원이 세금이다. △교통세 4백14원 △교육세 62.1원 △부가세 80.3원이다. 대리점과 주유소의 유통마진은 75원. 이 금액은 정유사에서는 통제할 수 없다. 세금과 유통마진을 제외한 공장도 가격은 1백78원. 그러나 여기에도 통제불능의 원가가 있다. 전체의 10% 가까이를 차지하는 원유도입비와 운임, 보험료, 관세 등은 비산유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통제할 수 없다.
이같은 「통제불가능 경비」를 제외하면 정유업체들이 경쟁력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원가는 전체의 15%를 차지하는 정제비와 일반관리비, 판매비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백20원 가량. 따라서 인하가격 27원은 통제가능한 원가(1백20원)의 20%가 훨씬 넘는다.
여기서 입는 손실은 얼마나 될까. 업계관계자들은 휘발유가격을 1원 낮추면 적자액은 하루 3천만원, 1년이면 1백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계산은 국내 휘발유 소비량이 하루 3천만리터(19만2천배럴)에서 나온 것이다. 국내 정유사들이 지금과 같은 가격경쟁을 1년간 계속할 경우 연간 손실액은 약 3천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정유업계는 겉으로「초가격파괴」를 외치고 있지만 속은 쓰리다. 그렇다고 한 업체가 가격경쟁을 시작하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또 일일이 대응하자니 이처럼 경영수지 악화라는 상처를 입게된다.특히 전체시장의 6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유공과 LG의 상처는 더욱 크다. 같은 1원을 내려도 쌍용, 한화, 현대가 입는 손실은 유공과 LG의 절반정도다. 올들어 가격경쟁이 쌍용을 중심으로 현대가 가세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같은 1원에도 손해가 적은 후발업체들의 전략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경쟁의 끝은 시장구조재편(점유율변화)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게 쉬운일은 아니다. 장기화된다는 뜻이다. 휘발유에서 시작된 가격경쟁이 자리를잡아가면 경유와 등유시장으로 확전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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