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납품업체에 줘야 할 판매 대금에서 일부를 떼어 챙겨오던 이른바 '판매장려금' 관행이 금지된다. 이에 따라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납품업자의 장려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 유통업 분야에서 판매장려금의 부당성 심사에 관한 지침' 제정안을 7일 의결했다. 이번 심사지침은 8일부터 체결되는 마트와 납품업자 간 계약부터 적용된다.
판매장려금은 본래 유통업체의 판매노력에 대해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지급하던 인센티브의 성격을 띠었으나 최근에는 대형마트가 납품 대금에서 일정 비율을 무조건 징수하는 비용으로 변질됐다고 공정위는 규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 1조725억원이던 전체 판매장려금 규모는 지난해 1조4,690억원으로 급증했다. 납품 대금 대비 장려금률도 같은 기간 6.3%에서 6.9%로 상승했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판매촉진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어긋난 장려금은 위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 매출액 대비 최고 60%를 과징금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다만 유통업체가 판촉 노력을 통해 매출을 늘리거나(성과장려금) 특정 상품을 좋은 위치에 진열하는 경우(매대 장려금), 신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신상품 입점 장려금) 등은 인정하기로 했다.
유통업체가 반품을 하지 않았을 때 걷는 '무반품 장려금', 경쟁업체와 가격 경쟁을 위해 가격 인하분을 떠 넘기는 '시장판매가격 대응 장려금', 재고소진을 위한 가격 할인을 전가하는 '재고소진 장려금', 점포 폐점시 상품 소진 비용을 전가하는 '폐점장려금' 등도 모두 금지된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는 장려금이 일괄 금지될 경우 영업이익 크게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마트 3사가 걷은 판매장려금은 1조250억원으로 영업이익의 53.8~64.4%에 달한다. 마진 수익보다 장려금 수익이 더 크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판매장려금은 대형 유통업체가 떠안을 수 있는 상품 손실이나 재고 위험성 등을 감안해 부과해온 부분으로 외부에서 지적하는 '이중 마진'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새로 내놓은 심사지침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현재 6.5% 수준인 영업이익률이 2% 대로 크게 추락할 수 있다"며 "강제휴무에 이은 판매장려금 금지 등은 말 그대로 대형 마트에 영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납품업계도 공정위의 조치를 마냥 반기지만은 않았다. 대형마트를 통해 제조상품의 50% 이상을 판매하고 있는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반품 장려금, 시간판매 대응 장려금 등을 금지시킨 것은 반길 만한 일이나 모든 판매 장려금이 없어진 게 아닌 만큼 이번 조치에서 빠진 신상품 및 진열 장려금이 음성적으로 변형돼 납품업체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통업체가 이익 보전을 위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