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미 성과 경제 직결을
입력2003-06-08 00:00:00
수정
2003.06.08 00:00:00
노무현 대통령이 5월 중순에 미국을 방문한 다음, 그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되는 여러 일들이 나타나고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지난 반년 동안에 한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실었던 미국의 신문과 방송은 최근 한국에 우호적인 기사들을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며칠전에 값이 싸기 때문에 잘 팔리던 한국차가 이제는 기술력이 높아져 중상위권에 진입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사회가 발전했기 때문에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질환)에 전염되지 않았고, 5월은 관광 적기라는 내용의 우호적인 기사들이 미국 언론에 다양하게 보도되고 있다.
또 노대통령의 방미 2주 후에 발행된 외국환평형기금(외평채) 채권은 표면금리 4.25%, 미국 국채(TB)에 대한 가산금리 0.92%라는 아주 좋은 조건으로 발행됐다. 지난 3월말 외평채 가산금리가 2%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국제금융시장의 호전된 반응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국가 간에 어려움이 있을 때 정상들이 만나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ㆍ미 우호관계가 한국 경제의 안정과 발전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외환 위기 이후 한국 경제에서 외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외국인이 증권시장 시가총액의 35%, 정부와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거래가능 주식의 3분의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미국 자본은 물론 전세계의 모든 자본이 특정국가에서 이동할 때 가장 고려하는 사항이 국가 위험도이다.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국가 위험도의 평가 기준은 대미관계에 의존한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도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미국은 물량면에서 한국 수출의 가장 큰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진 산업도 있기는 하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할 능력이 있는 기업과 상품의 이미지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은 자동차와 반도체에서 엿볼수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에서 반미 운동이 일어나 미국인들이 신경을 곤두 세웠다. 미국내 반한 분위기는 북한 핵 문제를 계기로 고조되었고, 노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우려되는 단계로까지 발전돼 있었다. 노대통령의 방미는 고조되고 있던 미국내 반한 기류를 가라앉히는데 결정적으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이번 방미로 어렵게 형성된 한ㆍ미 간 우호적 분위기를 어떻게 유지하고 진전시킬 것인지 여부라고 생각한다. 지금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를 몇가지 짚어본다.
우선 노무현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신뢰 부족을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은 노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신뢰 확인을 시작으로 변함없이 꾸준히 일관된 노선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상 간의 한번 만남으로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필자는 노대통령이 방미 활동 중에 뉴욕에서 가졌던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에 참석, 미국 투자은행의 고위층과 자리를 함께 하며 연설을 들었다. 노대통령을 처음 만난 그들은 아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좋은 기회였다고 평가하며, 한국 정부의 일관된 노력을 기대했다. 그들은 한국 내의 복잡한 제몫 챙기기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노대통령이 귀국후 풀어야 할 과제가 수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대미 관계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를 기초로 한 마스터 플랜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크고 작은 혼동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행정부 못지 않게 의회가 중요하기 때문에 의회 다수당이 바뀔 때마다 대미 관계 개선에 우왕좌왕했던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미국내 권력 변화에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기 급급하였지,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을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이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며, 정부와 기업ㆍ연구기관이 두루 참여한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해서 상시 운영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셋째로, 국내의 반미 분위기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와의 대화 폭을 넓혀야 한다. `보릿고개`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아의 문제는 북한에나 있는 것이지, 한국에는 없었던 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이 경제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들과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과 어려움을 함께 논의하여 반미와 자존심을 혼동하지 말도록 일깨워주어야 한다. 집권한지 100여일을 넘긴 노무현 정부는 국내 기업이 믿고 투자할수 있고, 따라서 외국의 기업과 자본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경제 우선의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김영만 재미 한국 상의 명예회장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