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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저축銀, 밀려드는 인파… 순번표 기계도 스톱

■이틀새 1000억대 예금인출<br>여의도지점만 1500여명 몰려… 객장 맨바닥 차지한 예금자들<br>"빨리 처리해달라" 직원들 닦달… "매스컴 호들갑만 없었어도…"<br>발길 돌리는 고객들 쓴소리도

제일저축은행 직원이 4일 예금인출을 위해 밀려드는 고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확성기를 손에 들고 안내를 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의 제일저축은행 지점에는 오전에만 1,200여명이 넘는 고객이 몰렸다. 민병권기자

"고객님 만약 대기순서가 너무 늦어 오늘 예금을 인출 못하시더라도 손에 드신 순번표를 금요일까지 인정해드릴 테니 안심하세요."(제일저축은행 여의도 지점 직원) "오늘 인출 못하면 며칠이고 밤새 진을 치고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텐데. 그 사람들이 내 순번표를 인정해주고 순순히 양보해주겠어요? 그러지 말고 나만 어떻게 먼저 좀 (인출)해줘."(지점 방문객 박모씨) "오늘 순번표는 최소한 금요일까지 이월해드리는 것을 책임지고 약속드릴게요."(지점 직원)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가에 위치한 제일저축은행 지점. 이곳 직원들은 개점 이래 최대규모의 인파가 몰리면서 돈을 인출해가려는 고객들을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날 오전 영업시간 전부터 들이닥친 고객들은 오후3시 무렵 이미 1,500명을 넘어섰다. 대기고객의 수가 순번표 인출기계의 기록 한계치인 세자릿수를 넘어서 1,000번대에 이르자 이후부터는 아예 한 직원이 기계 앞에 서서 1,000번대 자릿수는 손으로 적어 표기해 나눠줄 정도였다. 지점 내 7~8곳 정도 되는 상담창구에서는 행원들이 숨돌릴 틈도 없이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었지만 오후3시 무렵까지도 상담이 완료된 고객 번호표는 겨우 150번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200여평 남짓한 객장은 인파로 발 디딜 곳조차 없을 정도. 객장에서 자리를 못 잡은 일부 고객들은 직원용 회의실은 물론이고 영업부서 사무실까지 쳐들어가 수십명씩 맨바닥에 앉아 있었다.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 앉은 내방객들은 저마다 직원들을 닦달했다. "이것 봐요. 나는 오늘 (오후)3시 반까지 막아야 하는 돈이 있단 말이야. 그런데 아직도 돈을 못 찾고 있는데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지점 방문객 정모씨) "저희도 최대한 빨리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고객들께서 갑자기 몰리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불가피한 점이 있습니다. 양해해주세요."(지점 직원) 이번 예금인출 사태는 이 저축은행의 유모 전 전무가 건설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면서 금품을 받았다는 검찰수사 발표가 나온 것이 단초가 됐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들이 경영부실로 문을 닫자 '거북이 보고 놀란 사람이 솥뚜껑에도 놀라듯' 지레 겁 먹은 예금자들의 불안심리가 제일저축은행에까지 파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제일저축은행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적지 않다. 비록 임원의 개인비리를 사전에 통제하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이 저축은행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우량 저축은행이었다. 이 저축은행의 조민수 여의도지점장은 "사실 어제(3일)까지만 해도 다른 지점들은 모두 정상적 영업마감 시간에 업무를 끝냈을 정도로 사정이 나쁘지 않았는데 일부 방송매체가 우리 여의도 지점 객장을 찍어 보도하면서 사정이 악화된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순번을 기다리다가 지쳐 발길을 돌린다는 이문숙(가명)씨도 기자에게 "매스컴이 호들갑 떨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지점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은행 측이 믿고 기다려달라고 하니 일단 돌아가겠다"고 언론에 쓴소리를 던졌다. 한편 금융감독당국은 제일저축은행의 예금인출 사태에 대비해 이중삼중의 지원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저축은행 자체의 부실이 아닌 개인비리 문제로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감독당국의 기본 입장이다. 제일저축은행은 지난 3일 콜자금 형태로 저축은행중앙회에서 850억원을 지원받았다. 4일 오전9시 기준으로 약 3,000억원의 유동성을 보유했지만 이날 인출된 자금을 감안하면 여유 자금은 2,000억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제일저축은행은 850억원 이외에 담보를 저축은행중앙회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가 5,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제일2저축은행까지 더하면 추가 동원 가능한 자금은 8,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제일저축은행 계열 자체적으로 6,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저축은행중앙회도 8,000억원의 긴급 유동성을 준비해둔 만큼 유동성 문제는 없다"며 "원리금 5,000만원 이하 예금은 전액 보호되므로 중도해지에 따른 이자손실을 감수하면서 예금을 인출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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