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시장 규모도 크고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입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중국발 쇼크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국내 증시에 강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흥국 전반에서 자금이탈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의 유출 규모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상태다. 여기에 오는 9월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있어 국내 증시의 부진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중국 리스크에 취약한 시장=외국인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8월 들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10억9,400만달러를 빼갔다. 같은 기간 대만에서는 6억3,800만달러, 태국에서는 4억9,000만달러를 순매도한 점을 감안하면 주요 아시아 신흥국 중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이탈 규모가 가장 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의 특성 때문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투매 압력에 직면한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꼽았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고 중국과 수출품으로 경쟁하는 비중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도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10개국 중 한국은 중국 경제가 급락할 경우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국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외화 유출입에 대한 제한이 없고 시장 규모도 다른 신흥국 대비 크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입이 용이한 구조"라며 "여기에 무역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고 중국 의존도가 큰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블 붕괴에 직면한 코스닥=중국발 쇼크가 코스닥 버블을 꺼뜨린 점도 국내 증시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중국 소비 수혜주들이 대거 포진한 코스닥은 기관들이 매물을 쏟아내자 맥없이 무너졌다. 고밸류에이션 평가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국 소비 수혜주들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에 나섰기 때문이다. 연일 계속되는 외국인 자금 이탈에 이어 기관마저 매도세로 나서자 국내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상승세를 이어가며 쌓아왔던 코스닥 시장의 버블이 중국을 빌미로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며 "바이오와 제약 등 성장주들도 고점에서 80%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등 코스닥 시장 버블 붕괴로 인해 적정주가보다 더 밑으로 지수가 내려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피 1,900선 지켜낼까=증시의 부진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전 모멘텀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히 이뤄진다면 투자심리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겠지만 그 사이에는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 하단은 1,900포인트, 코스닥은 650선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2·4분기 이익 성장이 양호했고 경상수지 흑자와 정부의 재정건전성 등 펀더멘털 측면에서 여타 신흥국 대비 우위에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편 그동안 가격 조정을 충분히 받았던 대형 수출주들에 대한 저가 매수가 유입되고 있어 대형 수출주가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보다 2.03% 상승하는 등 이틀 연속 상승했고 현대차도 패닉 상태의 시장에서도 이틀 연속 올랐다. 일부에서는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시장의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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