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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부살이 벗어났다" 활력 넘쳐

GM과 공식 통합 GM대우 부평공장 르포<BR>칼로스 1분에 한대꼴 생산…주말에도 풀가동<BR>"GM 약속 지켜 믿음직" 불평없이 자발적 특근


GM대우 근로자들은 요즘 경영여건이 좋아지면서 궂은 일도 자청해서 떠안을 만큼 회사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혼과 정성으로 세계시장 석권!’ 지난 4일 인천광역시 부평구 청천동에 위치한 GM대우 부평공장을 들어서자 마자 큼지막하게 쓰여진 표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글로벌 메이저 자동차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GM대우 직원들의 힘찬 결의가 물씬 풍겨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GM대우의 자동차를 위탁 생산하는 ‘대우인천차’로 불리웠던 이 곳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GM대우와 한솥밥을 먹는 가족으로 편입됐다. 지난달 27일 GM에 공식적으로 조기 통합되면서 공장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활력과 웃음이 넘쳐났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각종 기계들이 귀가 멍멍할 정도의 굉음을 내며 쉴새 없이 움직였고 다른 한편에선 첨단 로봇 장비들이 여기저기 불꽃을 튀기며 차체 용접에 여념이 없었다. 조립라인에 한 줄로 길게 선 생산직 근로자들 역시 한눈 한번 팔지 않고 각자 맡은 일에 열중이다. 하지만 라인을 벗어나서 만난 근로자들은 한결같이 표정이 밝다. 10년 경력의 한 근로자는 “일거리가 밀려들어 벌써 두 달 째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더부살이’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한결 가볍다”고 활짝 웃었다. 조립 1부의 공정을 사실상 총 책임지고 있는 박보영(59)씨는 대우자동차 파산 이후 어려웠던 옛 시절이 떠오르는 듯 감회어린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지난 1976년에 옛 신진자동차에 입사한 이후 현 GM대우까지 29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그는 “GM이 나름대로 경영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통합약속을 조기에 지켜 오히려 더 신뢰가 간다”며 “내년 정년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밀려드는 일감으로 야간은 물론 주말에도 대부분 특근을 하고 있다”며 “몸은 고되지만 일감이 없어 중간중간 가동을 중단해야 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이란 말의 뜻이 실감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GM에 통합되는 것을 못 보고 회사를 떠날 줄 알았는데 이젠 후배들 보기도 한결 떳떳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 공장에서는 신형 소형차 모델인 ‘젠트라’와 북미시장에서만 벌써 15개월째 소형차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칼로스’가 1분에 한대 꼴로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이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새차들은 잠시 대기할 틈도 없이 인천공항(수출용)과 신차를 기다리고 있는 고객들을 향해 곧바로 공장을 떠난다. 모기업인 미국의 GM이 요즘 실적 부진으로 시달리고 있다지만 정작 GM대우에게는 먼 남의 얘기라는 게 현장 직원들의 한결 같은 얘기다. 조립 1부의 최영주 차장은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쉬는 시간을 제외하곤 사실상 24시간 풀 가동하고 있지만 대기물량이 여전하다”며 “하지만 불평 한번 없이 주말에도 대부분 자발적으로 특근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생산 책임자인 박광회씨도 “과거에는 근로자들이 아침 일찍 나와서 청소나 체조를 하면 회사에 잘 보이려 한다며 ‘어용’으로 몰렸지만 요즘은 일상생활처럼 돼 있다”며 한마디 거들었다. 노조도 많이 변했다. 노사간 극한 대립으로 한때 강성노조로 이름을 날렸지만 최근 3년 동안은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도 없었다. 공장 관계자는 “지난해 노조 집행부가 한때 쟁의를 검토했지만 다수의 현장 근로자들이 이를 거부해 그냥 넘어간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립 1부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절반가량은 지난 2001년 공장이 어려울 때 해고됐다가 복직된 사람들이다. ‘인고와 고통의 세월’을 보낸 만큼 ‘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회사측은 정리 해고자 1,725명 중 최근까지 1,000여명이 재입사했고, 아직 복귀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희망자에 한해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전원 부평공장으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아래 구체적인 준비작업을 진행중이다. 김석환 대우인천차 사장은 “이번 조기 통합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이뤄낸 결과”라며 “앞으로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로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과 맞붙어 싸우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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