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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안전한 투자처`로 인기 급상승
입력2003-12-07 00:00:00
수정
2003.12.07 00:00:00
이연선 기자
대선자금 수사, 특검제 도입 등으로 정치권이 혼돈에 빠져있고 신용불량자 문제, 반미 테러 등 나라 안팎이 온통 어수선하다. 이럴수록 돈 있는 사람들은 안전한 자산을 찾게 된다.
그래서 요즘 주목 받는 게 `금`이다. 국내에서는 귀금속상을 통해 거래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최근에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은행`이 금이나 금 관련 파생금융상품을 사고 파는 `골드뱅킹`을 시작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 왜 주목 받나= 금은 `안전 자산`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고유의 가치가 있고 공급량이 제한된 상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가격변동이 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물가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주식, 부동산 등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도 금이 주목 받게 된 요인 중 하나다. 강남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기 시작했고 주식도 이제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금에 투자하면 최소한 원금이 반 토막 나거나 거품이 꺼져 손해는 안 본다는 계산이다. 주식과 부동산이 국내 정치ㆍ경제적 불안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 반면 금은 복잡한 국내변수보다 국제시장의 수급 요인에 따라 가격이 변동한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지난 달부터 국제 금값이 빠른 속도로 올라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 금값은 온스당 410달러 수준. 7년 6개월 만에 최고치이고 일부에선 600달러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 금값이 상승하는 것은 세계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산업용 금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경기 회복기의 금값 추이를 되짚어 보면금 수요는 경기가 부진할 때 보다 약 2배로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당분간 금값이 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골드뱅킹 상품 어떤 게 있나= 지난 달 7일 신한은행이 내놓은 골드뱅킹 상품이 현재까지는 유일하다. `신한 골드리슈 금 적립`은 실물거래 없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금을 적립한 뒤 만기에 현금이나 금으로 인출하는 상품. 일반 정기예금통장 처럼 통장에 거래내역을 기입한다. 10g 이상(16만원)을 사면 국제가격에 연동돼 가격이 오르내리고 그 차액을 이자처럼 챙길 수 있다. 별도의 이자는 없다. 직접 금을 주고 받는 거래가 아니기 때문에 관세, 부가가치세 등을 부담할 필요가 없지만 금으로 찾고 싶을 때는 실물수수료(관세 3% 포함) 4.2%와 부가가치세 10%를 별도로 물어야 한다.
`신한 골드리슈 금 매매`는 영국의 런던금시장협회(LMBA)에서 인증한 99.9% 순도의 금 실물을 거래하는 상품이다. 금 실물은 100g, 500g, 1kg 등 세 가지. 시중가격보다 5~10% 정도 가격이 높다. 세금을 내야하는 데다 인증을 받은 순도높은 상품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두 상품을 통해 한 달간 판매한 금은 약 500kg. 당초 200kg을 6개월치 판매물량으로 들여왔지만 금 적립으로 400kg, 금 매매로 100kg이 판매됐다. 특히 금 매매상품은 연말을 맞아 금수요가 늘면서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소규모 돈을 수시로 적립하고자 하는 고객은 금 적립 상품을, 비싸더라도 안전한 자산운용을 원하는 고객은 금 매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최소 6개월에서 3년 미만으로 거래할 수 있지만 기간을 더 연장해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내년 초에 금을 빌려주고 금으로 되돌려 받는 간단한 금 대여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금 대여는 개인보다 금을 원재료로 쓰는 법인이 주요 대상이다.
신한은행 외에도 국민ㆍ외환ㆍ기업은행 등이 골드뱅킹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상품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하면 내년에 관련 상품이 잇따라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과 주의점=신한은행 측은 골드뱅킹 상품 판매 초기에 금을 구입한 고객은 한달 새 6~7%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이 그만큼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값은 주식ㆍ채권과 달리 별도의 이자나 배당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골드뱅킹이 단기차익보다 장기적인 투자에 더 바람직하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국내 금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투명하지 못한 것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골드뱅킹에서 다루는 금값은 밀수된 금에 비해 비싸다. 내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은행이 외국에서 금을 수입할 경우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해 준다고 하지만 관세(3%)에 대한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금은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고 금값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재테크용 금 수요는 한동안 늘어날 전망이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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