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감소세를 보인 것은 경기하락 여파보다는 우리 경제와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따라서 부품소재 산업 육성, 내수 활성화 등을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설비투자를 줄이고 해외기업 유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5일 '설비투자 부진요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세 및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완화는 지난해 사상최저 수준이었던 설비투자 재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투자부진의 구조적 요인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설비투자 부진의 구조적 요인으로는 ▦해외 의존성 심화 ▦기업 투자방식의 변화 등이 꼽혔다. 특히 지난 2000년대 이후 설비투자의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면서 제조업 설비투자에 따른 후방효과가 약화돼 설비투자 유발효과를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비투자에 사용되는 기계류의 수입물량 대비 내수 출하물량을 비교한 '설비투자 수입대체도'는 2002년 41.9%에서 지난해 3ㆍ4분기 110.4%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해외 직접투자 확대도 국내 설비투자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부품소재 산업 및 일부 경공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해외 직접투자는 국내 설비투자의 정체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찬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인건비와 부지 구입비 등을 절감하고 상품시장을 세계화하기 위해 생산설비의 해외 이전 및 설립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산업의 체질변화도 설비투자 감소요인 중 하나다. 외환위기 이후 정보기술(IT) 산업이 설비투자를 주도하는 쪽으로 산업의 체질이 바뀌면서 설비투자가 실제보다 축소됐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국내 설비투자 활성화를 위해 ▦부품소재 산업 육성을 통한 생산 완결구조 기반 조성 ▦내수활성화 및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국내 기업 해외진출 감소 유도 ▦외국인 투자 유치도 활성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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