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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850과 한 증권인 자살

`30대 증권사 직원, 1억여원의 빚 때문에 투신자살.` 종합주가지수가 850선을 넘나들며 1,000포인트에 대한 장미빛 전망이 쏟아진 지난 13일 증권가에 충격을 준 단신뉴스다. 최근의 증시 호황을 고려할 때 어울리지 않는 소식임에 틀림없다. “증권사 점포 중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3분의1도 안됩니다” “지점의 영업직원 10명 중 8~9명은 빚이 1억원을 넘습니다” 객장에서 만난 증권사 직원들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최근의 영업현실에 대한 한탄과 위기감으로 옮아갔다. 사실 지난해 이후 전개된 상승장세에서 외국인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자들은 `풍년거지`의 심정을 뼈아프게 느꼈을 것이다. 증권사 직원들이 주도주에 편승하지 못하고 우량주 중심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결과라고 단순하게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 일선 영업점의 현실은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증권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무한경쟁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외환위기 사태가 터진 지난 97년 말 1,260개였던 증권사 영업점 수는 지난해 11월에는 1,613개로 30%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수수료 인하경쟁은 점입가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수료 수입`에 의존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증권사가 버텨낼 수 있는 여지는 점점 더 적어지고 있지만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당장 망할 정도로 어려운 것도 아니고 2~3년 버티다 보면 큰 장이 한번 설 것이고, 그러면 또 몇 년 어려워도 견딜 수 있어요.” 어느 증권사 임원의 구조조정 불가론에 대한 설명이다. 하지만 무작정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증권사 지점 수는 적정 규모로 줄어야 한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점포는 존재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주식영업 브로커는 파이낸셜 플래너(FP)로 전환, 재배치하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이른바 `뺑뺑이`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중심의 영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회사도 살고 직원도 사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래야만 증시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되찾고, 증권사 직원들이 대접받는 세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증권부 조영훈 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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