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사여부 시장서 결정을"

"기업 생사여부 시장서 결정을"

보스워스 주한美대사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는 30일 "한국이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원칙에 근거한 투명한 경제시스템 구축에 실패하면 스태그플레이션(장기불황)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보스워스대사는 다음달 이임에 앞서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에서 "정부나 관료가 아닌 시장판단에 따라 기업의 생사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 정착해야 한다"며 "기업들도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주주가치 극대화, 투명경영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투명한 시장원리에 근거해 우량기업은 지원하고 부실기업은 퇴출하는 자본의 합리적 분배를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해외에선 한국정부가 기업에 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공정한 무역관행에 위배된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은 시장경제시스템 도입에 대한 의지는 강하나 아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부채를 줄이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해 왔으나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부채비율이 높아 이자조차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은행들의 부실이 계속되고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3년간 한국을 보면서 이보다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나라를 보지 못했다"며 "고통스럽지만 경제개혁과 구조조정, 세계화에 잘 대처한다면 한국경제의 앞날은 밝다"고 전망했다.

또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추세이기는 하나 경기침체에 직면했거나 침체에 들어가지는 않았다"며 "한국경제의 성장세가 최근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에 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광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