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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단상
입력2003-08-07 00:00:00
수정
2003.08.07 00:00:00
여름휴가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바캉스가 대중화되면서부터 휴가철만 되면 바가지 상혼, 교통체증 등 고질적인 문제가 도마위에 오른다. 올해는 여기에다 폭죽과 음주 같은 청소년들의 무절제한 행동이 매스컴의 이슈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이런 현상을 보고 듣노라면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휴가나 놀이의 문화적 수준도 높아지리라는 기대는 무참하게 허물어지고 만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산과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인지 사람을 보러 가는 것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이고, 많은 시간을 밀리는 차안에서 보내는 것이 다반사여서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쯤 되면 휴가 가서 오히려 피로와 스트레스만 싸여서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의 휴가문화도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점이다. 현대인들에게 휴식은 마치 생명수와도 같다. 더욱이 요즘 세상은 매우 복잡다단하다.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도 많고, 만나야 될 사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휴가는 창조적이며 생산적인 시간이며 자신의 본래 모습에 침잠해 들어가 반성의 시간을 가져볼 수도 있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최근에는 `휴(休)테크`라는 말도 나왔다. 이는 여가를 잘 활용해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으로 매우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휴가문화와 관련해 다행스러운 것은 농장이나 사찰체험을 한다거나 자녀들과 역사유적지나 미술관 등을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가운데 존재의 의미를 찾고 나눔의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들은 북적대고 피곤한 놀이문화를 탈피해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생산적인 기회로 삼거나 진정한 쉼의 철학을 실천하려는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휴가문화를 개선하려면 기본적으로 휴가에 대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바꿔야 한다. 돈과 심신을 소비하는 휴가에서 삶의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휴가로 발상 전환이 필요하며, 경쟁력과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창조성 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 마련도 강구되어야 한다.
내년 휴가에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 몇 권 들고 한적한 곳을 찾아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연 속에서 심신의 에너지를 채우는 그런 휴가를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종수(대우증권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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