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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사외이사] 학연·지연으로 얽혀 독립·전문성 떨어져

■ 사외이사 후보 면면 살펴보니

기업·관계사에 장기간 근무

경영진과 유착 의심 인물도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 대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사외이사들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각 기업이 주총 안건으로 올린 사외이사 후보들을 보면 독립성과 전문성보다는 학연으로 얽히거나 해당 회사에 오래 근무한 인사가 다수 포함됐으며 사외이사로서의 성실성에 문제가 있는 인물들도 있다.

11일 금융감독원과 주총 의안 분석기관인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오는 14일 주총이 예정된 미래에셋증권의 조래형 신규 사외이사 선임 후보는 박현주 회장과 광주제일고등학교, 고려대 경영학과 동문으로 지연·학연으로 얽힌 사이다. 키움증권의 이용희 후보 역시 김익래 회장과 경복고등학교 동기다. DGB금융지주의 이정도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는 대구상업고등학교와 영남대를 졸업해 현재 이 회사의 사외이사 후보인 박인규·박동관씨와 동일 고교·대학 출신이다. KT의 장석권 신임 사외이사 선임 후보는 한훈 사내이사 후보와 동일 고교, 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1년 선후배 관계며 코나아이의 정두환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는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조정일씨와 대광고 동기다. 아모레퍼시픽의 김성수 신임 사외이사 선임 후보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현재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이언오·송재용씨와 대학과 학과가 같다. 김 후보가 선임될 경우 4명의 사외이사 중 75%가 동일 대학의 동일 학과 출신으로 구성된다.

21일 주총을 앞둔 CJ의 이상돈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는 2006년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어 재선임되면 11년간 사외이사로 근무한다. 이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당해 회사 및 계열회사를 포함해 최대 10년 초과재직한 사외이사의 연임에 반대하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CJ 지분 5.37%를 가지고 있다. 그는 최대주주인 이재현 회장과 고려대 법학과 동문(1984년 졸업)이기도 하다.

사외이사를 맡을 기업과 관계사에 장기간 근무해 경영진과의 유착관계가 의심스러운 후보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신동혁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는 한일은행에서 1964년부터 1998년까지 근무한 경력이 있다. 한일은행은 우리투자증권의 특수관계법인인 우리은행의 전신이다. KCC의 송태남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는 KCC의 전신인 고려화학에서 12년 동안 재직했으며 김종진 사외이사 재선임 후보도 1996년부터 10년 동안 고려화학에서 근무한 후 2012년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키움증권의 정경득 신규 사외이사 선임 후보는 2012년 3월부터 10월까지 세하의 사외의사로 재직하면서 이사회 참석률이 63%로 저조해 성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외이사제도의 도입 취지는 대주주의 전횡을 맡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목소리를 내자는 것인데 사외이사들이 개인적인 친분에 의해 많이 임명되다 보니 대주주나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사외이사제도는 미국에서 만들어진 제도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인재 풀이 협소하다 보니 현 제도 내에서 제대로 운용되기 어렵다"면서 "사외이사의 연봉이 최대 7,000만~8,000만원까지 하는데 높은 보수도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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