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시작된 최고경영자(CEO)의 연봉반납이 증권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지주 산하의 증권사들은 이미 속속 동참하기로 했다. 반면 금융지주에 속하지 않은 증권사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서울경제신문이 10일 20개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CEO의 연봉 반납 여부를 조사한 결과 금융지주에 속한 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KB투자증권 등 3개 업체가 사실상 동참을 결정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강대석 대표는 신한금융지주의 내부 방침에 따라 20%의 연봉을 반납할 예정이다. 강 대표가 지난해 기준으로 6억3,6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납액은 1억3,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부사장급의 주요 임원도 임금의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임직원의 연봉 중 10~20%를 반납한다는 방침이다. 장승철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지난해 7억5,5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연봉 반납 대상을 대표뿐 아니라 전무급 이상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B투자증권도 연봉 반납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 전병조 KB투자증권 대표는 임금의 20%를 사내에 환원한다는 계획이다. 연봉 반납 대열에 동참하는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금융지주에서 정한 방침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는 결정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NH농협금융지주의 계열인 NH투자증권은 아직 CEO의 연봉 반납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지주 차원의 방침이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IBK투자증권은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IBK투자증권의 관계자는 "다른 민간 금융지주와 달리 CEO의 절대적인 연봉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금융지주에 속하지 않은 증권사들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이슈가 있는 현대증권과 KDB대우증권 등 대형증권사도 CEO 및 임원의 임금 반납 문제를 확정하지 못했다. 현대증권의 경우 오릭스PE의 경영권 인수 이후 경영진을 바꾸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고 KDB대우증권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최근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경영권 교체를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메리츠종금증권·대신증권 등도 연봉 반납과 관련, 아직 정해진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증권사는 대부분 금융권 CEO의 연봉 반납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계열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의 경우 회장이 직접 연봉 반납에 나섰기 때문에 뒤를 따를 수 있는 것"이라며 "아직 이 같은 움직임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 증권사 CEO가 똑같이 행동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