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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이 서울 회현동 본점 신관 리뉴얼 과정에서 해외 브랜드 유치를 위해 국내 브랜드를 무더기 퇴출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백화점 측에서는 수익성 제고와 주요 타깃 소비층 취향에 맞춘 행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국내 패션업계 일각에서는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4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본점 신관 건물은 지난 2005년 개점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대대적인 리뉴얼를 단행한다. 장기 불황으로 백화점업계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서는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백화점은 인테리어는 물론 입점 브랜드도 큰 폭으로 조정했다. 최신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명목 아래 해외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기로 한 것이다. 알렉산더 왕의 캐주얼 라인인 ‘T 바이 알렉산더 왕’과 프렌치시크 스타일을 표방하는 ‘바네사브르노’ ‘IRO’, 미국 여성 컨템포러리 캐주얼 ‘빈스’등이 내달 초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기존 국내 브랜드들이 내쫓기게 됐다는 점이다. 신관 4층 여성 캐주얼 매장과 5층 여성 구두 매장에 입점해 있던 최연옥ㆍ신장경ㆍ쉬즈미스ㆍ요하넥스ㆍ시실리ㆍ쿠아ㆍ오즈세컨ㆍ에고이스트 등 50개에 달하는 국내 브랜드가 짐을 싸라는 통보를 받았다. 수입 브랜드 중에서는 실적이 저조한 ‘ICB’만 유일하게 퇴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신관 리뉴얼 과정에서 이뤄지는 해외 브랜드 입점은 고객 취향을 따라가기 위한 상품 차별화 조치”라며 “젊은 고객층이 선호하는 해외 유니섹스 브랜드와 프리미엄 캐주얼 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편집 매장 형태로 들어와 있던 일부 해외 브랜드가 별도 매장으로 독립하다 보니 실제보다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매장 다변화라는 전체 리뉴얼 방향에 맞춰 입점 업체를 선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패션업계는 이번 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하면서도 그간 함께 성장해온 공은 사라졌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렇잖아도 고가 수입 브랜드와 SPA(제조ㆍ유통 일괄화의류) 브랜드의 협공으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패션 브랜드를 대형 백화점이 직접 나서 내쫓고 있는 셈”이라며 “국산 브랜드는 외면한 채 수입 브랜드만 늘리는 식의 매장 개편은 대ㆍ중소기업 상생과도 거리가 먼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포화인 상황에서 국내 백화점도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해외 브랜드를 강화한다고 무조건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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