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대비해 대기업 대출을 빠르게 줄이고 있는 사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빈틈을 메우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해 하나·외환은행의 대기업 여신을 2조원가량 줄인 데 이어 올해도 3조원가량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하나·외환은행 통합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차질이 빚어졌지만 통합이라는 큰 그림에는 변화가 없다고 판단,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나·외환은행의 기업 대출 중 대기업 비중은 둘이 합쳐 30% 후반대로 20%대 초중반인 여타 은행보다 높아 포트폴리오 개선 차원에서 대기업 여신 축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틈을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외환은행과 주거래 관계인 기아자동차에 지난해 말 대출을 해주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덕분에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달 16조3,739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770억원가량 늘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포트폴리오 조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털어내야 하는 대기업 대출이 있을 수 있어 이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또한 대기업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취임사를 통해 자산을 매년 15조원 이상 증대하기로 한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대출 증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우리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지난달 20조4,566억원을 기록해 올 들어서만 1조1,305억원 늘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하나금융 측에서는 부실 기업 위주로 대기업 대출을 솎아내려 하겠지만 우량 기업 또한 의도치 않게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무작정 대기업 대출을 늘리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유심히 보고 영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대기업 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과 가계 부문 대출을 강화해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및 가계 대출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각각 2조원가량 늘었으며 외환은행의 중소기업 및 가계 대출 또한 8개월 사이에 각각 1조원가량 증가하는 등 전체적인 대출 규모는 늘고 있다. 단 하나금융 측은 대기업 여신 줄이기가 자칫 거래기업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 거래선은 유지하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중복되는 사업자 대출을 우선적으로 줄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