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기업들의 접대 장소로 룸살롱의 비중이 줄고 요정(料亭)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박명재 새누리당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법인카드 사용 주요항목'에 따르면 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액은 2009년 7조4,790억원, 2010년 7조6,658억원, 2011년 8조3,535억원, 2012년 8조7,701억원 등 증가세다. 현금 사용액 등이 집계되지 않아 2013년 접대비 지출액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추이로 미뤄볼 때 지난해 기업들의 접대비는 9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기업들의 법인카드 사용액으로 본 호화유흥업소 사용 실태다. 국세청은 사업자 등록 신고기준에 따라 호화유흥업소를 룸살롱·극장식식당·나이트클럽·요정·단란주점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호화유흥업소 사용액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호화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액은 2009년 1조4,062억원, 2010년 1조5,335억원, 2011년 1조4,137억원, 2012년 1조2,769억원, 2013년 1조2,33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호화유흥업소의 주력인 룸살롱은 물론 극장식식당·나이트클럽·단란주점 등도 2010년 이후 사용액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요정의 경우 2010년 270억원, 2011년 438억원, 2012년 869억원, 2013년 1,006억원 등 해마다 사용액이 급증하고 있다. 요정의 숫자도 2009년 779개, 2010년 802개, 2011년 1,814개, 2012년 2,622개, 2013년 3,080개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들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의 법인카드 사용액을 줄이고 대신 요정에서의 사용액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과거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케케묵은 사업자 등록 과정상의 착시 효과라는 지적이다. 요정은 통상 고급 한정식 요릿집으로 불리며 식품위생법상으로는 독립된 객실에서 주류와 그에 따른 안주를 제공하고 접객원으로 하여금 객을 유흥케 하는 고급주점으로 분류된다. 룸살롱과는 차이는 고급주류(양주 등)을 판매하느냐, 하지 않느냐 뿐이다. 실제로는 요정에서도 양주를 판매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분류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업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현행 사업자 분류에서는 룸살롱과 요정의 업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지역이나 규모에 따라 소규모 룸살롱, 양주를 판매하는 카페 등을 요정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아 생긴 현상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유흥업소 사업주들이 지방자치단체에 룸살롱을 요정으로 사업자 등록하고 국세청에 서면으로 신고한 것이 통계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실제 고급 한정식 요릿집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퓨전 한식집 등 다양한 요릿집에 밀려 숫자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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