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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특허소송’ 법정공방 ‘한편의 드라마’

자료 구하기 ‘정보戰' 수차례 기술시연회도

박금낭 변호사(사진 왼쪽)와 임성우 변호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부장판사가 짧게 주문을 낭독하자 잔뜩 긴장감이 감돌았던 법정에서는 소리없는 환호성이 울렸다. “기저귀와 씨름했던 지난 5년을 한번에 보상받은 듯한 달콤한 순간이었습니다” 총 손해배상 청구액만 3,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달하는 기저귀 특허전쟁에서 이긴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변호사의 얼굴에는 통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와 박금낭 변호사는 킴벌리클라크사가 제기한 기저귀특허소송에서 LG생활건강, 쌍용제지 등 국내 업체들을 대리해 킴벌리사가 승소한 1심을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원고패소판결을 이끌어내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미 1심에서 원고측이 승소한데다가 대법원에서도 킴벌리사의 특허를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이를 뒤집는 논리를 만들어 내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이들은 어려움을 털어놨다. 소송과정도 양측 법적대리인들 사이의 치열한 법정공방, 정보전이 전개되면서 법정드라마를 방불케했다. 양쪽에서 동원된 변호사와 변리사만 해도 수십 여명. 관련 서류만 해도 수만 페이지에 이른다. 이번 소송에서 핵심이었던 부분은 기저귀안쪽 샘방지용 날개 부분(플랩)의 유체투과성. 킴벌리사가 유체투과성 플랩 기저귀를 특허로 소유하고 있었던 만큼 국내 기저귀의 플랩이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임 변호사는 “유체역학, 의류직물, 화학물성 등 관련 분야의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참여하는 기술 시연회만 해도 수차례 열었다”며 “이제는 변호사들까지 기저귀 전문가가 됐을 정도”라며 웃었다. 자료를 구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각종 경로를 통해 구한 전세계 소송 자료만 해도 수만 페이지에 달했다”며 “여러 변호사들의 팀웍이 있었기에 방대한 자료를 단시간내에 번역, 분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송의 클라이막스는 상대측에서 독일에서 주문 제작한 기계를 들고 나왔을 때. 임 변호사는 “보도듣도 못한 기계가 증거자료로 채택됐을 때 그 기계를 입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준비했기에 논리적 설파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변호사는 “다국적기업이 개도국이나 후진국의 기업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운 과정을 통해 얻을 결과라는 점도 값지지만 위기에 처한 국내업체들을 대리해 승소했다는 점이 가장 보람차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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