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材를 잡아라] CEO는 최고의 헤드헌터 "내가 쓸 '명품 인재'는 직접 찾는다""전용기…거액연봉…삼고초려…" 지극정성 영입 노력발머 MS사장 "내 일 70%는 인재 찾는것" 항상 강조삼성계열사 핵심인력 모시려 17번이나 해외출장도 특별취재팀 관련기사 실리콘밸리엔 스스로 찾아온다 빌 게이츠 MS(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아눕 굽타 MS 부사장. 게이츠 회장은 한때 스탠퍼드대에 몸담았던 그를 영입하기 위해 자신의 정원에서 특별 만찬을 정성스럽게 준비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적이 있다. 굽타 부사장이 평소 독특한 채식주의자였다는 점을 알고 있던 게이츠 회장은 전용기를 직접 보내 모셔온 그를 위해 어렵사리 고른 메뉴를 내놓았다. 11년째 스탠퍼드 교수로 지냈던 굽타 부사장이 한결 같은 정성에도 고집을 굽히지 않자 게이츠 회장은 결국 굽타의 회사를 통째로 사버리고 말았다. 지난 2월 방한한 굽타 부사장은 게이츠 회장에 대해 “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고 난 평범한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평가했다. 요즘 국내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나같이 인재경영을 내걸고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는 등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CEO마다 해마다 수개월씩 해외 출장을 다니고 있으며 쓸만한 인재가 나타나면 즉각 전용기를 띄우고 억대의 연봉에다 고급주택, 럭셔리 자동차 등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때문에 요즘 CEO의 생명줄이 인재영입 여부에 달려있다는 말까지 거침없이 나돌고 있을 정도다. ◇“상담을 원하면 언제든 전화해라”=MS와 텔미네트웍스로부터 동시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하버드대의 놀런 마이어는 어느날 스티브 발머 MS 사장의 자택 전화번호를 건네받았다. 필요할 때면 언제나 자유롭게 전화해 달라는 발머의 간곡한 정성에 마이어가 감동을 받은 것은 물론이다. 스티버 발머는 “내일의 70%는 인재를 찾는 것”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매년 20만통이 넘는 입사지원서를 받지만 정작 필요한 명품인재는 CEO가 직접 찾아나선다는 것이다. MS에는 300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인재발굴팀인 ‘캔디디트 제너레이터(Candidate Generator)’가 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세계 어디라도 명품 인재가 있다면 찾아가 리스트를 만들고 적합한 인재라면 스카우트를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중국 칭화대 출신으로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재를 스카우트 하기 위해 이들은 시애틀 외곽 레드먼드시 근처에 중국식 기와집을 짓고 샌프란시스코 차이나 타운에서 음식을 공수했다. 1년의 근무후 중국으로 파견될 인재였지만 가장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CEO들의 ‘삼고초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핵심인재 유치를 위해서는 전용기를 보내는 등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회장의 오래전 일화 한토막. 이 회장은 동아방송 이사시절 자질이 뛰어난 기자의 집까지 찾아가 오래 기다렸다가 결국 영입에 성공한 일은 유명하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최근 미국 최정상급SCM 솔루션 기업에 근무중인 Y씨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집까지 찾아갔다. 김 사장은 Y씨 부부를 한국에 초청, 수차례 저녁식사에 초대하면서 삼성행을 거듭 요청했다. 한국 근무에 부정적이었던 Y씨 아내는 김 사장의 지극 정성에 감탄했고, 머뭇거리던 남편 Y씨의 마음을 돌려 놓았다. 지난 2001년 9월 이현봉 당시 삼성전자 인사팀장은 미국 I사의 핵심인재인 S씨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9ㆍ11테러를 맞아 항공편이 취소되자 13시간을 자동차로 달려갔다. S씨는 1시간짜리 약속을 위해 왕복 26시간을 달려 온 이 팀장의 정성에 감동해 결국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전자 인사팀 관계자는 “모 계열사 CEO의 경우 지난해 핵심인력을 뽑기 위해 17번이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며 “삼성이 뽑아야 할 핵심인력 5만여명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언제 어디서든지 주기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는 최고의 헤드헌터=삼성 이 회장은 몇년전 계열사 사장이 일본 삼성에 기술진을 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알고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이 회장은 “자기가 장가가는데 색시를 남보고 골라 달라고 하는 거냐, 우수인재 강조한 게 10년 전인데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 듣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후 삼성전자 CEO들은 미국, 일본은 물론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인재풀이 풍부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각각 출장(비즈니스)과 병행해 고급, 핵심 인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CEO 육성론’에 무게를 두고 임원급 이상 중량급 인재확보에 더 주력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훌륭한 CEO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안팎에서 CEO가 될 만한 인재들을 발굴해서 이사회에 추천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한 것은 유명하다. 실제 구 회장은 지난해 P&G, 해태제과 출신의 마케팅 전문 경영인인 차석용 사장을 LG생활건강 대표이사로 영입한 데 이어, 올해에도 한국IBM 출신의 IT전문가인 신재철 사장을 LG CNS 대표이사로 발탁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등 계열사 CEO들 역시 중량급 인재확보에 직접 발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각 본부장ㆍ부문장들의 핵심인재 확보현황을 매월 체크하면서 인재확보를 독려하는 야전사령관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평소 우수 인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영원한 STX맨’을 기치로 내걸고 야심찬 비전 제시와 인센티브 제공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EO뿐만 아니라 모든 임원들이 헤드헌터화되고 있는 게 기업들의 분위기”라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의 두뇌 유치경쟁은 기업의 핵심사업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6/03/2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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